세계 첫 '달 남극' 착륙한 인도 "강대국 부상"…러 실패·中 시도 못해[딥포커스]
모디 재선 청신호…유인 달 탐사 등 계획 자신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 옛 소련(현 러시아), 중국에 이어 4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우주 강국'이 됐다. 이를 발판 삼아 인도는 향후 태양 관측 위성을 쏘아올리고 사람을 달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가 인류의 발이 닿지 않던 달 남극에 도달한 일은 과학사적으로도 획기적인 사건이면서도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구도에서 벗어난 '다극적 세계'를 구상 중인 인도의 야심찬 계획에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BBC,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찬드라얀 3호는 이날 오후 6시4분(한국시간 9시34분) 달 남극 부근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참석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모디 총리는 착륙 과정을 화상으로 실시간으로 지켜봤고, 찬드라얀 3호가 착륙에 무사히 성공하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의 성공적인 달 탐사는 인도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이 성공은 모든 인류의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국 등극에 중요한 이정표"
다량의 물이 얼음으로 존재할 수도 있는 달의 남극에 인도가 세계 최초로 착륙한 것을 두고 과학은 물론 외교적으로도 인도에 의미가 큰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찬드라얀 3호의 성공은 남아시아에서 야심 찬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의 외교적 행보에서 특히 중요한 순간에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인도는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된 '신냉전' 구도를 거부하며 브릭스 등을 통한 '다극' 체제를 지지해 왔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경제 대국에 등극해 체급이 커지면서 중국과 직접적으로 대립하고 미국의 주요 안보 파트너로 부상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대국으로 거듭났다.
이런 가운데 달 착륙 성공으로 인도는 과학적·경제적 역량을 뽐내며 한번 더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지적이다.
뉴델리 정책연구센터의 국가안보학 명예교수 바라트 카르나드는 "이번 기회로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국익을 더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도 "달 착륙 성공은 글로벌 엘리트 국가로 부상하는 인도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 하는 모디 총리의 구상에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우주강국으로 여겨졌던 러시아의 달 착륙 시도가 최근 실패하고 중국도 아직 달 탐사를 시도하지 못한 시점에 인도가 성공한 점도 의미심장하다고 NYT는 전했다.
찬드라얀 3호의 성공으로 모디 총리의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디 총리는 2020년 6월 인도의 우주 산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며 우주 강대국이 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이후 140개 이상의 우주기술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다양한 투자가 유입되며 우주 산업 발전에 속도가 붙어왔다.
결국 이번 달 착륙이 성공하면서 모디 총리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며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봤다.
◇달을 넘어 태양과 화성으로
이번 달 착륙 성공에 고무된 인도는 향후 태양 관측 위성 발사 등 후속 계획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찬드라얀 3호는 앞으로 2주간 태양전지를 동력으로 달 남극의 물과 얼음 등 자원 탐사에 나선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듯이 달 남극에 다량의 얼음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인도는 우주비행사 3명을 달에 보내는 '가가냐안' 유인 달 탐사 임무를 계획 중이며 '루펙스'(LUPEX)라 불리는 일본과의 공동 달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 인도는 오는 9월 초 태양을 관측하는 데 사용될 위성 아디트야-L1을 발사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와 함께 지구 관측 위성 NISAR을 쏘아올린다.
이에 더해 지난해 수명을 다한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을 대체하기 위해 또 다른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스리드하라 소마나트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소장은 "달 탐사는 어떤 국가도 달성하기 매우 어렵지만 우리는 단 두 번의 시도 만에 성공했다"며 "화성은 물론 금성이나 다른 행성과 소행성에도 착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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