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반도체·전자기업 2000억 경제효과"
재난대응사업 환경영향평가 면제…산업폐수 재이용 확대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환경부가 화학물질의 환경 영향 정도에 따라 규제를 사업체별로 차등 적용하는 '위험비례형' 규제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시험자료 제출 생략요건도 간소화한다.
탄소중립·순환경제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는 완화한다. 화학물질 관련 업체들의 부담을 줄이고,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지원한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24일 국무조정실 주제로 열린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연말까지 추진할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환경 규제 개혁 방안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을 통한 맞춤형 규제가 골자다. 사업 규모나 성격에 따라서 '덩어리 규제'가 아닌 '특징별 규제'를 시행해 기업 부담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우선 현행 연간 0.1톤 이상 활용 시 해야 했던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간 1톤 이상으로 완화한다. 이는 유럽연합(EU) 등 화학물질 관리 선진국의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환경부는 기준 완화를 통해 반도체·전자 분야 등의 기업 700곳이 등록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출시 속도를 앞당기면서 2030년까지 총 2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물질 취급량이 적고, 사고 위험이 낮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규제를 차등 적용한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유해성 정보 없는 화학물질'의 관리 원칙을 마련한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평법, 화관법 개정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험자료 제출 생략 요건을 간소화해 기업의 화학물질 등록 비용도 낮춘다. 기업이 화학물질을 등록할 경우 등록에 필요한 시험자료 제출을 생략받을 때에는 해외의 공개 평가자료의 출처만 제출하면 되도록 했다. 출처를 남기면 정부가 자료를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등록 간소화 혜택은 약 1만6000개 기업이 받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관련 기업들이 2030년까지 약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규모 등에 따라 평가 절차가 달라진다.
환경영향이 크지 않은 경우 평가 협의를 면제하는 간이평가를 도입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지자체 조례를 통한 평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해 소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평가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한다.
긴급한 재난대응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된 하천정비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2일 사전 브리핑에서 "재난대응 사업을 속도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국가 핵심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폐수 재이용 등 규제를 완화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업종 특화 시설기준을 마련한다. 불소 배출기준도 조정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250억원의 운영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 폐수의 재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 간 재이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앞서 폐수 반출로 1500억원 과징금을 받은 현대오일뱅크 문제도 재검토될 전망이다. 올해 초 현대오일뱅크는 처리수를 자회사로 반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 장관은 "과징금 부과는 조금 엄격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 "순환경제를 이야기하고, 공업용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공업용수 재이용을 킬러 규제 혁파에 포함해서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또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 공급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환경영향평가 신속처리 제도(패스트 트랙)를 운영하는 등 첨단 산업단지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밖에도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배출권 시장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대상·범위도 확대해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이번 환경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가 2030년까지 약 25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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