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위성 2차 발사도 실패했지만… 엔진 결함은 보완 가능성(종합)
북한 "3단 분리 후 '비행 폭발 체계'에 오류… 큰 문제 아니다"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24일 오전 정찰위성 발사 목적의 우주발사체 발사 2차 시도에 나섰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 측의 관련 발표 내용을 미뤄볼 때 지난 5월 말 1차 시도에서 확인한 발사체 성능 결함을 보완하는 데는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3시50분쯤 북한 평안남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우주발사체 1발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날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의 2차 발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5월31일에도 '천리마-1형' 로켓을 이용해 '만리경-1호' 위성을 쏴 올리려 했지만, 당시엔 2단 추진체의 로켓 엔진 고장으로 실패했다.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의 경우 서해 백령도와 남해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지나 한반도로부터 멀어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 듯 했으나 최종적으론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도 "'천리마-1형'의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 폭발 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북한은 "해당 사고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며 10월 중 추가 발사 시도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얘기한 '비상 폭발 체계'란 '비행 종단'(Flight Termination System)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적 오작동으로 의도치 않게 이 폭발 체계가 작동해 로켓 추진체 3단부가 폭발하고, 동시에 3단부에 탑재돼 있던 위성도 소실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장 센터장은 특히 "북한이 10월에 바로 '3차 발사'를 시행하겠다고 한 건 1~3단 로켓의 작동 및 단 분리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다"며 "텔레메트리 데이터 수신 등을 통해 비행 폭발 체계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확신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즉, 북한 측 발표 내용을 기준으로 2단 로켓 엔진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던 1차 발사 시도 때와 달리 이번엔 1~3단 로켓 모두 정상 작동했단 점에서 그에 대한 기술적 보완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단 얘기다.
아울러 북한이 '엔진의 신뢰성'을 확신한 건 3단 추진체가 분리된 발사체가 북한으로부터 수백㎞ 거리 상공을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과정에서도 비행 데이터를 수신했기 때문일 수 있단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방위성이 이날 자체 탐지·분석결과를 토대로 '천리마-1형' 로켓의△ 1단 추진체는 이날 오전 3시58분쯤 한반도 서쪽 약 300㎞ 거리 서해상, △2단 추진체는 오전 3시59분쯤 한반도 남서쪽 약 350㎞ 거리 동중국해 수역, 그리고 △3단 추진체는 오전 4시5분쯤 필리핀 동쪽 약 600㎞의 태평양 수역에 낙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모두 북한이 앞서 예고했던 '낙하 구역'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이번 북한 발사체의 1·2단 추진체 엔진은 모두 정상적으로 연소한 것으로 보인다. 비행거리가 예상 낙하지점을 초과했다"며 "1차 발사 대비 상당한 수준의 개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북한이 이날 발표한 내용이 실제와 달리 과장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이 3차 발사 시도 시점을 10월로 제시한 것과 관련해선 '천리마-1형' 로켓에 사용하는 액체연료·산화제가 겨울철엔 얼어붙을 수 있는만큼 사실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마지막 시기'를 얘기한 것일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북한 발사체가 3단 점화와 비행까진 성공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과연 북한이 발사의 모든 과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자폭 장치(비상 폭발 체계)가 제멋대로 작동한 것부터 신뢰도가 낮다는 증거다. 북한의 정밀가공 능력에 한계가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우주발사체 가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천리마-1형'은 기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의 추진체계를 활용한 발사체로서 외부 형상만 일부 변경했을 뿐 화성-15형과 상당 부분 유사한 비행특성을 갖는다"며 "천리마-1형의 잇단 발사 실패는 북한의 ICBM도 현 수준에선 실전 발사에 실패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군 안팎에선 북한이 발사체 성능은 보완했다고 하더라도 정찰위성의 성능까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시키진 못했을 것이란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앞서 북한의 '만리경-1호' 1차 발사 시도 때 2단 추진체 추정 물체 등 잔해물을 다수 확보·분석해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일부에선 통상 로켓 자체를 고치거나 수정하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번엔 성능 변경 없이 발사 제원만 바꿨을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북한의 이날 우주발사체 발사 시도는 1차 발사 실패 후 85일 만에 이뤄졌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북한 우주발사체 기술의 진전 여부에 대한 물음에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합참 관계자는 10월 중 3차 발사 시도를 예고한 데 대해선 "이번에 정상적 절차를 거쳐 발사했음을 부각시켜 향후 발사 때도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등을 계기로 대내외에 위성 발사를 과시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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