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잉에브릭트센 꺾고 남자 1,500m 1위…세계선수권 최대 이변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문과 케네디가 공동 금메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조시 커(25·영국)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집중하고자, 최근 2주 동안 휴대 전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했다.
전화기를 아예 꺼놓은 건 아니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커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결과는 확인했고, 스페인어 공부를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열었다.
마지막 '사적인 통화'는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 남자 1,500m에서 대회 가장 큰 이변을 만들며 우승한 제이크 와이트먼(29·영국)과 했다. 이 통화에서 와이트먼은 커에게 '1,500m 우승 전략'을 전수했다.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남자 1,500m 결선에서 커는 3분29초38를 기록, 3분29초65의 야코브 잉에브릭트센(22·노르웨이)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계육상연맹은 "이번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최대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거의 모두가 '확실한 우승 후보'라고 지목했던 잉에브릭트센은 지난해 유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2위를 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우승한 잉에브릭트센은 지난해 유진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와이트먼에게 밀렸다.
올해는 '더 확실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이번에도 영국 선수에게 1위를 내줬다.
커는 와이트먼과 비슷한 전략을 썼다.
이날 결선에서 잉에브릭트센은 500m 지점부터 선두로 나섰다. 결승점 250m를 앞둔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는 유리한 '인 코스'도 점했다.
커는 아웃 코스를 택해 결승선 200m를 앞두고 잉에브릭트센을 제쳤고, 속도를 높여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와이트먼도 마지막 300m를 남기고 역전해 우승한 바 있다.
경기 뒤 커는 세계육상연맹,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잉에브릭트센은 (5,000m에도 출전하는 등) 가진 것도, 해야 할 일도 많다. 나는 1,500m에 모든 걸 걸었다"며 "나보다 이 종목 우승을 갈망한 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1,500m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는 5위에 그친 커는 이번 부다페스트에서 개인 첫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커는 "영국 1,500m가 또 세계를 제패했다"며 "와이트먼에게도 '이번 우승은 나와 너, 영국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500m에서 2회 연속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딴 잉에브릭트센은 5,000m에서는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카르스텐 바르홀름(27·노르웨이)은 4년 만에 '남자 400m 허들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았다.
바르홈름은 이날 결선에서 46초89로 우승했다.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에서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하고, 도쿄 올림픽에서는 45초94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바르홀름은 허벅지 부상 탓에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는 7위에 그쳤다.
부상을 털어내고 일인자 자리를 되찾은 올해 바르홀름은 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바르홀름은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며 "지난해 유진에서 메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금메달이 더 특별하다. 부상을 당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나는 더 좋은 선수가 됐다"고 밝혔다.
키런 맥마스터(25)는 47초34로 2위에 올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여자 400m에서는 마릴레이디 파울리노(26·도미니카공화국)가 48초76으로 우승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연이어 쇼네 밀러-위보(29·바하마)에 이어 2위를 했던 파울리노는 마침내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여자 400m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4월 출산한 밀러-위보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긴 했지만, 아직 기량을 되살리지 못해 예선 탈락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케이티 문(32·미국)과 니나 케네디(26·호주)가 공동 1위에 올랐다.
문과 케네디는 4m90을 모두 3차 시기에 넘었고, 앞선 기록의 실패 횟수도 같았다.
4m95에 모두 실패한 문과 케네디는 잠시 상의하더니, 연장전 격인 점프 오프가 아닌 '공동 금메달'을 택했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공동 2위, 3위가 나온 적은 있지만, 공동 1위로 경기를 마친 건 전 종목 통틀어 이번 여자 장대높이뛰기가 처음이다.
문은 대회 2연패에 성공했고, 지난해 유진에서 3위를 한 케네디는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문은 "우리는 엄청난 대결을 펼쳤고, 둘 다 금메달을 가져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메달이 금빛일 줄은 몰랐다"며 "엄청난 스타와 공동 금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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