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간택권’ 없앨 때 됐다[시평]
이권카르텔 원천에 정부 책임
개별 기업 玉石가리기 관둬야
우수기업 선정의 부작용 심각
반시장적이고 정부 신뢰 훼손
정부는 산업 정하고 정보 제공
기업 역량 판단 시장에 맡겨야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자주 언급한다. 이권의 원천 중 하나는 정부의 간택권(簡擇權)이다. 정부는 빨리 업적을 보이기 위해 승자 기업을 골라 키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다양한 명분으로 ‘우수’ 기업을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기업은 각종 혜택을 얻어 경쟁사에 비해 우위에 선다. 정부가 기업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다.
옥석은 시장경쟁에 의해 가려져야 하며, 정부가 서면·현장 평가로 대신해선 안 된다. 우선, 정부의 평가가 잘못될 수도 있다. 또, 탈락 기업의 수긍을 얻지 못해 정부 신뢰를 약화시킨다. 기업엔 정부에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정부는 직접 선정한 기업의 미래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주무 부처와 선정 과정을 주관하는 산하기관 및 기업 간에 카르텔이 형성된다.
국토교통부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선정이 그 사례다. 선정되면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입주 우선권, 연구·개발(R&D) 사업 우선권, 해외건설협회의 해외시장 지원사업에 가점 등 13가지 혜택이 있다.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산하기관들도 예산을 받으며 기관을 키우고, 국토부는 산하기관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 으뜸기업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 기업으로 육성하는 제도인데, 대기업도 있다.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창업투자회사 등이 할 일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부장 강소기업100+, 소부장 스타트업 100, 아기유니콘 200, 지역혁신 선도기업 100, 지역기업 성장 프로젝트 300 등도 옥석 가리기 사례다. 중기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2027년까지 지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대표 중소기업 300개를 육성한다. 지역별 토착 담합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더구나 정부는 기업을 잠재·예비·선도 기업으로 구분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데, 정부가 기업의 성장 단계를 결정한다는 발상이 참 용감하다.
고용노동부의 인적자원 개발 우수기업(Best HRD), 일자리 으뜸기업, 청년친화강소기업, 퇴직연금 우수 사업자 등도 그 예이다. 퇴직연금에 대해 보험다모아 사이트와 같은 정보 전달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보를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정부가 기업의 역량과 상품을 평가해 5개 항목별 우수 사업자, 종합 상위 사업자를 발표하는 건 지나친 시장 개입이다.
행정안전부는 저렴한 가격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한다. 온갖 앱과 SNS에서 식당에 대한 평이 넘쳐나는 판인데 정부까지 이런 일을 해야 할까? 6000개가 넘는 업소를 지정하다 보면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생기게 된다.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 이용 후기를 보면 이런 불만으로 도배가 돼 있다. 이 사업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해양수산부는 수산 가공식품의 개발과 수출 촉진을 위해 가공식품 개발과 마케팅을 지원한다. 정부가 기업을 넘어 프로젝트까지 선정하는 사례다. 지원액 이상 수출해야 한다는 조건도 문제다. 기업은 R&D에 성공할 사업에만 정부 지원을 하게 된다. 정부 지원 없이도 성공했을 사업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는다는 뜻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사회적경제 기업 선정, 추천 치유관광지 50선도 그 사례이다. 한국관광공사의 50선에는 순천만습지, 국립산림치유원처럼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도 있지만, 스파와 호텔 등 민간 영업장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민간의 마케팅을 이렇게 도와줘도 되는지 묻고 싶다.
금융위원회와 각 부처가 선정하는 정책금융 수혜기업은 규모(205조 원) 면에선 단연 압권이다. 정책금융 집행은 해당 부문의 협회 등 전담 기관의 1차 심사 후 주무 부처를 거쳐 산업은행 등에 보낸다. 각 부처가 ‘산업별 특성을 반영’했으니 산업은행은 ‘신속히’ 여신심사를 한다. 결국, 주무 부처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금융기관에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
정부가 산업을 선정하는 건 필요하나 기업을 선정해선 안 된다. 더구나 기업의 프로젝트까지 관여해선 안 된다. 정부는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옥석 가리기는 소비자·투자자·채권자 등 시장에 맡겨야 한다.(박진 블로그 : 정책 뒤집어보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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