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같은 대한민국 학교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건 실화다('유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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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가 한번 열이 나서 학교를 못 갈 뻔한 적이 있거든요. 전날에 아파가지고. 열이 나면 너 내일 학교 못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막 울더라고요. 그 정도로... 너 그렇게 학교가 가고 싶어? 정말 가고 싶다고. 빨리 열이 내려야 된다고. 그래서 그날 말을 너무 잘 듣는 거예요."
"양양으로 오기 전까지 너무나 치열하고 피곤하게 살았습니다. 행복, 여유는 느낄 겨를도 없이 돈만 보고 달려왔었죠. 아이들에게는 그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저의 바람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 하루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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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저희 아이가 한번 열이 나서 학교를 못 갈 뻔한 적이 있거든요. 전날에 아파가지고. 열이 나면 너 내일 학교 못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막 울더라고요. 그 정도로... 너 그렇게 학교가 가고 싶어? 정말 가고 싶다고. 빨리 열이 내려야 된다고. 그래서 그날 말을 너무 잘 듣는 거예요."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무장해제' 편에 나온 강연이 택연이 엄마 미영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양양의 오색분교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서, 열이 나면 학교 못 간다는 이야기에 우는 아이. 이른바 '내 새끼 지상주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이게 과연 같은 나라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건 실화다.
먼저 오색분교에 몇 명의 학생들이 있느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김기웅 선생님이 "1학년 안연서, 3학년 김택연, 안시우, 4학년 김강연, 6학년 이건호"라고 또박또박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부터가 색달랐다. 전체 학생 수가 다섯 명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가능한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선생님의 관심이 남다르게 느껴져서다. 경쟁적인 도시의 학교들을 떠올려보면, 그런 환경 자체가 선생님들도 또 학생들도 성적 이외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친밀한 관계가 너무나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기본적인 밑바탕이 아닐까. "저는 사실 학교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고마운 마음을 단지 감사하다는 말로만은 다 표현을 못할 것 같아서 편지를 썼었죠." 스승의 날에 강연, 택연의 아빠는 김기웅 선생님에게 그 고마움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손 편지를 썼다고 했다.
유재석이 읽어주는 그 편지에는 선생님을 진정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학부모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양양으로 오기 전까지 너무나 치열하고 피곤하게 살았습니다. 행복, 여유는 느낄 겨를도 없이 돈만 보고 달려왔었죠. 아이들에게는 그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저의 바람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 하루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4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해온 김기웅 선생님은 이제 다른 학교로 간다고 했다. 아이들은 하나 같이 아쉬워하고 슬퍼했다. 감사하다며 맏형인 6학년 건호는 울먹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감사한 이유가 '좋은 추억을 많이 갖게 해주셔서' 라고 말했다. 지금 도시의 아이들은 과연 학교를 떠올리며 '좋은 추억'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유퀴즈>가 '무장해제'라는 키워드로 소개해준 오색분교 이야기가 소박하고 소소해보였지만 그럼에도 특별했던 건, 그 자리에 나온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까지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이런 학교의 이야기가 하나의 동화 같은 판타지로 느껴지는 교육 현실이 됐을까. 학부모들은 이 치열한 경쟁의 환경 속에 던져진 아이들을 보호하려다 누군가 상처받고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게 됐고,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어하게 됐으며, 버티다 못한 선생님은 끝내 아이들을 떠나게 됐을까.
4년 간 오색분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이제 다른 곳으로 가게 된 김기웅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가 그래서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교직 생활 30년이 지나도 가장 뜻깊고 기억에 남는 4년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게 다녔던 학교 그렇게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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