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만에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 비극적 최후 '무장반란 드라마'

권수현 2023. 8. 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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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개된 위장복에 소총 든 사막 영상, 생전 마지막 모습 돼
반란사태 후 첫 동영상 공개한 프리고진 (미상 AP=연합뉴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1일(현지시간) 아프리카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동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대원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가입 자원자들을 위한 전화번호를 첨부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후 정확한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텔레그램 비디오 캡처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3.08.22 ddy04002@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전개의 무장반란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결국 정부에 반기를 든 지 두달 만에 비행기 추락사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칼잡이', '푸틴의 요리사'로 불릴 정도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는 자신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선봉에 섰고 바흐무트 점령 등 전과를 올렸다.

그런 프리고진이 지난 6월 전격적으로 무장 반란을 일으키자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이 철권통치에 치명상을 입으며 권좌에 오른지 23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는 굴욕의 순간이기도 했다.

그가 러시아군 수뇌부의 무능과 탄약 등 지원 부족으로 바그너 부대의 피해가 컸다며 군 수뇌부와 갈등을 빚어오기는 했지만, 쿠데타 카드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상황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 6월 23일부터다.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 등을 통해 바그너 그룹 후방 진지에 미사일 공격을 지시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응징하고자 부대를 움직이겠다고 위협하고 이는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본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의 반란 위협에 대한 수사계획을 발표하고 체포 명령을 내렸다.

프리고진은 이에 용병부대를 이끌고 러시아 본토로 진격하며 반란을 행동으로 옮겼다.

6월 24일 텔레그램에 음성 메시지를 올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州)에 진입했으며 방해 세력은 누구든 파괴하고 끝까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러 용병수장 무장반란(CG) [연합뉴스TV 제공]

진격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24일 오전 7시30분 로스토프주의 주도 로스토프나도누를 장악했다고 밝혔고 몇시간 뒤에는 남부 보로네시주의 주도 보로네시도 접수했다. 보로네시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00㎞ 거리에 있다.

이에 러시아군은 모스크바 등에 대테러 작전체제를 발령했고, 푸틴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긴급 TV 대국민 연설에서 "반역에 직면했다"며 가혹한 대응을 예고했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경고에도 "아무도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격을 이어갔고 이날 오후에는 모스크바 남쪽으로 약 350㎞ 떨어진 리페츠크주까지 접근했다.

모스크바에서는 붉은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이 폐쇄되고 남부 외곽에 장갑차와 검문소가 배치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주요 7개국(G7)도 무장 반란 사태에 대한 논의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사이 바그너 그룹이 거리를 더욱 좁혀오며 수도 함락 위기감이 극에 달한 24일 밤, 반전이 일어났다.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유혈사태를 피하고자 모스크바에서 200㎞ 거리에서 병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러시아 당국은 철수 조건으로 프리고진을 처벌하지 않고 그의 벨라루스 망명을 보장하는 등 양측은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파국을 모면했다.

반란이 '일일천하'로 마무리되고서 러시아 안팎에서는 프리고진의 신변을 둘러싼 우려가 끊이지 않았으나 그는 의외로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으로 또 한 번 예상을 깼다.

6월27일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더니 이틀 뒤인 29일에는 바그너그룹 지휘관들이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면담했고 7월 초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 추락 사고 현장 (트베리[러시아] 신화=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 지역에서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사관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로 프리고진을 비롯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 제공] 2023.08.24 besthope@yna.co.kr

외신들은 프리고진이 개인 제트기를 타고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이처럼 정권 전복으로 비칠 정도의 위협적인 봉기를 일으키고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온갖 추측을 낳았다.

그의 '도깨비 행보'는 최근에도 이어져 7월 말에는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이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 21일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위장복을 입고 소총을 든 채 사막에 있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란 사태 후 처음 나온 이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바그너 민간용병기업은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해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24일 프리고진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이 영상은 그의 생전 마지막 영상이 됐다.

반란을 일으킨 지 꼭 두 달이 되는 이날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과 그의 오른팔 드미트리 우트킨 등이 탄 전용기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트베리 지역에 추락해 탑승자 10명 전원이 숨졌다고 밝혔다.

반전을 거듭하던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드라마'는 이렇게 다른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의 전례처럼 '의문의 죽음'으로 마무리됐다. 결말 자체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그래픽]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탑승 비행기 추락 사고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시도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태 후 2개월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 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며 "초기 조사 결과 승무원 3명을 포함해 탑승한 10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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