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소금 먹기 찝찝?…"향후 6000억년은 문제 없어" 서울대병원 교수가 답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늘(24일) 오후 1시쯤부터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저장해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할 예정인 가운데, 과연 우리가 수산물을 섭취해도 될지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 실제로 최근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후 국내 수산물 시장엔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다. 급기야 고기잡이 단체인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소속 회원 1000여 명은 지난달 10일 부산역 앞 광장에 모여 큰절까지 하는 등 대국민 소비 촉진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의학계는 어떻게 바라볼까? 대한핵의학회장인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지나친 우려와 공포감은 가질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제부터 수산물 먹어도 안전할까?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되면 우리 몸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의학적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다뤄본다.
그런데 유일하게 걸러지지 않는 게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양성자 1개, 중성자 2개로 원자핵이 구성돼 있으며, 보통의 수소보다 질량이 3배 더 많다. 삼중수소는 전자를 내놓으며 붕괴해 헬륨-3으로 변한다. 수소폭탄의 진짜 폭발력을 내는 폭약이 바로 삼중수소다.
이런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서 높은 농도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강건욱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삼중수소를 고농도로 마신 후 사망한 사람은 2명으로 보고된다"며 "구소련의 핵무기 제조공장에서 삼중수소를 마신 직원 2명이 실수로 들이켠 후 1~3개월 내 죽었다"고 말했다.
고농도로 신체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유독 '골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골수 기능이 망가지면 백혈구·혈소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강 교수는 "몸속엔 골수가 진작 만들어놓은 백혈구·혈소판의 '재고'가 약 한 달 치 있는데, 골수가 망가지면 한 달 후 백혈구·혈소판이 동난다"며 "이에 따라 세균이 침범해도 막아내지 못해 폐렴 등으로 사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따져볼 건 일본에서 방류한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도달했을 때 삼중수소의 '양(量)'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삼중수소의 양은 일본에서 배출할 때보다 1경(京)분의 1로 희석된다"고 말했다. 1경은 1조(兆)의 1만 배로, 10의 16제곱 수다. 한국인이 1년에 먹는 물고기가 평균 16㎏이다. 우리가 물고기를 먹고, 해수욕을 즐기는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 국민이 노출되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의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기까지는 '6000억년'이 걸린다. 한국인이 일본발(發) 방사능 오염수로 인해 삼중수소가 기준치를 초과하려면 6000억살까지는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1mSv는 일상에서의 기준치로, 안전을 위해선 기준치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킬 정도로 악영향을 미치려면 100mSv는 넘어야 한다. 몸속 삼중수소가 100mSv만큼 쌓이려면 무려 60조살이 돼야 한다는 결괏값이 나온다.
강 교수에 따르면 IAEA는 후쿠시마 해역에서 3㎞ 떨어진 해변에서 수영하거나 물고기를 잡아먹을 때 방사선 노출량을 계산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이 조사 결과, 해변에 사는 후쿠시마 지역주민 노출량은 0.00003mSv로, 사람이 30000살은 돼야 기준치를 넘는다"고 언급했다.
건강한 성인이 아닌, 아이나 뱃속 태아가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강 교수는 "보통 아이·태아는 어른보다 최고 10배 더 노출된다고 본다"며 그럴 경우 600억 년에 노출돼야 기준치를 초과한다"고 말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물론 수소폭탄을 만들 때 생성되긴 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내는 게 당연히 가장 많다. 태양광 입자가 성층권에서 수증기와 반응해 삼중수소가 생기는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삼중수소는 빗물에 녹아 지상으로 떨어진다. 빗물이 강물·지하수로 녹아들면 우리가 마시는 물에도 삼중수소가 자연스레 녹아든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일상에서 삼중수소가 가장 많이 녹아든 게 사람이 '마시는 물'이다. 같은 양의 물을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 도달한 삼중수소보다 생수 속 삼중수소가 100만 배 더 많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만들어져 지상에 내려온 삼중수소는 빗물> 지하수·강물> 바다 순으로 농도가 짙다. 가장 마지막 단계인 바다의 삼중수소 농도가 가장 옅은 이유는 바다의 매우 많은 물이 삼중수소를 희석해서다. 강 교수는 "바닷물의 삼중수소는 강물·생수보다 삼중수소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만약 삼중수소를 최대한 덜 섭취하고 싶다면 해양심층수를 마셔 10분의 1로 줄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생수병 속의 삼중수소는 반으로 줄어들기까지 12.3년(물리학적 반감기)이 걸린다. 그런데 사람 몸속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불과 열흘(생물학적 반감기)이면 반으로 줄어든다. 이는 자연계에서 물 형태로 존재하는 삼중수소가 땀·소변 등으로 함께 배출돼서다. 사람보다 몸집이 작은 물고기의 경우 반감기는 이틀이다. 강 교수는 "몸의 70%가 수분인 만큼, 땀·소변·혈액 등 체수분에 누구나 삼중수소가 들어있다"며 "자연이 만들어낸 삼중수소는 바닷물에도 워낙 많다. 그런 바닷물에 일본이 삼중수소를 방류하는 건, 마치 소금이 가득한 바닷물에 소금 한 포대를 붓는 셈"이라고 빗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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