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기처럼 탕탕!!”…‘레전드’ 양상문 감독에게 원포인트 레슨받다 [황혜정의 두리번@@]

황혜정 2023. 8. 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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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에 출전한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 취재차 캐나다 선더베이로 갔을 때, 본 기자도 열심히 캐치볼을 했다.

그런데 대표팀 양상문 감독이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우리의 캐치볼 상황을 목격했다.

양 감독은 "황 기자,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팔에 힘을 빼고, 공을 던지는 순간에 '투석기'처럼 탕! 마지막에만 힘을 줘 보세요"라고 레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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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양상문 감독이 기자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고 있다. 사진촬영 |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황정희 회장.


[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황 기자님! 투석기처럼 탕! 탕! 탕! 이렇게 손을 놓으셔야 해요!”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에 출전한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 취재차 캐나다 선더베이로 갔을 때, 본 기자도 열심히 캐치볼을 했다. 경기에 뛰진 못하지만, 함께하고자 하는 심정이었다.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유격수 박주아가 친히 기자와 캐치볼을 해줬다. 그때 나온 구속은 65㎞였다. 있는 힘껏 던진 공의 구속이었다. 그런데 대표팀 양상문 감독이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우리의 캐치볼 상황을 목격했다.

힘을 모으지 못하는 기자의 몸짓(?)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양 감독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양 감독은 “황 기자,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팔에 힘을 빼고, 공을 던지는 순간에 ‘투석기’처럼 탕! 마지막에만 힘을 줘 보세요”라고 레슨을 했다.

양상문 감독은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한 뒤 롯데-청보-태평양을 거치며 KBO리그 통산 272경기 63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다. 완투는 무려 41차례, 완봉도 10차례나 기록한 레전드다.

양 감독의 조언이 이어졌다. “팔이 말랑말랑 유연해야 한다”며 문동주(한화)처럼 강속구를 던지기 위해 온 힘을 다한 기자에게 힘을 ‘툭’ 빼라고 조언했다. 의외의 조언이었다.

양 감독은 “팔을 뻗을 때까지 힘을 뺐다가 마지막 순간 ‘탕’하고 힘을 줘서 공을 뿌려야 한다. 마치 ‘투석기’ 원리와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대표이자 두산 우완 곽빈이 공을 던지는 모습. 양 감독의 말대로 투석기처럼 손목을 쓰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태평양 시절 양상문 감독. 투석기처럼 손목의 힘으로 공을 던진다. (스포츠서울DB).


양 감독의 말대로 힘을 내려놓았다가 한 순간에 힘을 모아 공을 때리는 건 어려웠다. 구속은 65㎞에 불과하지만 제구에 자신 있던 기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투석기’ 원리에 인지부조화 상태가 됐다. 그만 공을 땅에 냅다 꽂고 말았다.

그래도 양 감독은 격려하며 “공이 이상한 곳으로 가도 되니 계속 손목을 ‘탕’하고 놓는 데에만 신경써라”라고 강조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마침내 공이 폭발하듯 국가대표 유격수 박주아의 글러브에 쾅!하고 박혔다. 물론 기자의 느낌이다. 그런데 양 감독도 “훨씬 나아졌다. 공에 힘이 생겼다”며 박수를 보냈다.

양 감독은 또 하나의 귀한 조언을 해줬다. 바로 투구 후 손목 모양이다. 대다수의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공을 던지고 나서 손등이 밖을 보는 모양으로 손이 떨어진다. 그런데 양 감독은 이 자세가 잘못됐다고 했다.

청보 핀토스 시절 양상문 감독. 공을 던지고 난 뒤 손목 모양은 사선으로 떨어지는 것이 정석이라고 했다. (스포츠서울DB).


양 감독은 “제대로 된 자세로 공을 놓는다면, 손등이 사선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런데 사회인 야구를 하는 분들 대다수가 손등이 앞을 보며 공을 놓더라. 잘못된 자세”라고 말했다. 구종 상관없이 속구, 커브, 슬라이더 모두 던지고 난 뒤에 자연스럽게 손목이 사선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것.

손등이 앞을 보며 떨어지는 자세는 공을 놓을 때 손목 모양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정석 자세로 공을 놓는다면 공의 회전이 많이 먹히며 손목도 사선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양상문 감독의 애제자이자 여자야구 대표팀 이동현 투수코치의 LG트윈스 시절 투구 자세. 손목이 사선으로 떨어진다. (스포츠서울DB).


기자의 현재 최고 구속은 70㎞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양 감독의 조언대로 꾸준히 훈련해, 내년까지 구속을 80㎞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양 감독은 마지막 순간에만 힘을 줘도 구속이 시속 5㎞는 더 올라간다고 단언했다. 참고로,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시속 100㎞~110㎞이고, 미국 여자야구 선수들의 구속은 시속 120㎞~130㎞다. et16@sportsseoul.com

추신: “양상문 감독님, 소중한 레슨 감사합니다. 귀한 내용이라 기사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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