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입맞춤' 피해자 에르모소 "스페인 축구협회장 처벌 원한다"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의 헤니페르 에르모소(왼쪽)가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잉글랜드와 결승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날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여자월드컵에서 벌어진 스페인축구협회장의 '강제 입맞춤' 피해자 헤니페르 에르모소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한국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에르모소와 그가 가입한 노조인 풋프로(Futpro)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행위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행동으로부터 여성 축구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모범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우승하자 시상식에 참여했다. 그는 시상대에서 선수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던 도중 에르모소와도 포옹한 뒤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강제로 입맞춤을 해 논란이 됐다. 선수의 동의 없이 벌어진 돌발 행동에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며 후폭풍이 거세졌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시상식에 올라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하고 있다. 이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입맞춤을 해 성추행 논란을 일으켰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후 에르모소가 라커룸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관련 질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그러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실수를 저질렀다. 기쁨의 순간 악의 없이 취한 행동"이라고 사과했고, 이어 에르모소도 기쁨의 표현이었다고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에르모소는 기존 입장을 번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행과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도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스페인 여자축구 리그도 "루비알레스 회장이 월드컵 우승을 더럽혔다. 스페인과 스페인 스포츠, 세계 여자 축구에 대한 전례 없는 국제적 망신이다. 그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