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피의 복수?…'등에 칼 꽂은' 프리고진 두달만에 손봤나
'배신하면 죽음' 내년 대선 앞두고 '엘리트층에 경고'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한때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간)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두달 전 일으킨 무장반란 때문에 응징을 당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을 휘젓던 그는 지난 6월 돌연 모스크바를 향해 총구를 돌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은 '반역자'가 됐다.
영국 정보 당국자들은 프리고진 일행이 탄 전용기 추락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소행인 것으로 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당연하게 푸틴이다. 우두머리로서 푸틴은 그가 당했던 굴욕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푸틴은 두 가지로 움직인다. 재능에 따른 충성심, 그리고 배신에 따른 후과"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모든 배경, 모든 습성, 모든 과거가 FSB를 지목한다"면서 "FSB는 푸틴에게 여전히 충성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해외정보국(MI6) 전 국장인 리처드 디어러브도 프리고진이 탄 전용기 추락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디어러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이 사고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것"이라며 "사고처럼 보이겠지만 의심스러운 요인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 모든 이들이 동일한 결론에 이를 것"이라며 "푸틴이 자신의 권력 기반에 도전한 상대에게 보복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9∼2022년 모스크바에서 활동했던 영국 요원 존 포맨도 이번 사고 시점에 주목하며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프리고진의 사망이 "일종의 러시아 오페라"라면서 "시점이 우연이 아니다.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돌진한 지 두 달 며칠 만에 죽음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러시아 시스템의 속도가 나를 놀라게 했다"면서 "푸틴은 자신을 위협한 이들에게 복수를 할 것이며, 자신에게 맞서려는 누구에게라도 으스스한 효과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비행기 추락이라는 공개적 방식을 쓴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러시아에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점과 이번 사고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소개했다.
무장 반란을 시도했을 때부터 프리고진의 '최후'가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으나 적나라한 추락 영상이 텔레그램 등으로 삽시간에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엘리트를 향한 경고"라고 더타임스는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무장 반란 두달 만에 프리고진을 공개적으로 제거한 것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푸틴이 러시아 엘리트층에게 보내는 신호"라면서 "'조심해. 배신하면 죽음이야'라는 것"이라고 썼다.
다만 러시아 관영 매체 등은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을 1분 안팎의 단신으로 내보내고 있다.
대신 이들 매체는 푸틴 대통령이 추락 사고 당시 쿠르스크 지역에서 '쿠르스크 전투' 승전 80주년 기념식을 주재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갑전으로 꼽히는 쿠르스크 전투(1943년 7∼8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소련 사이에 벌어진 전투로, 소련군은 현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인 하르키우를 탈환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지 전투 기념관에서 연설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오늘날 싸움의 모든 짐이 우리 군인들과, 최전선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있다"고 격려했다.
또 "우리 모든 군인들은 용감하고 단호하게 싸운다"면서 "조국에 대한 헌신, 군에 대한 충성이 이번 특수 군사 작전 동참자들을 단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대신 '특수 군사 작전'이라고 칭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에 나온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쾌활한" 분위기였다고 미국 매체인 폴리티코는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의 반란과 연계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공군) 총사령관이 해임됐다고 22일 알려진 바로 다음 날 프리고진이 숨진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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