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엔솔 사태 막자" 상법에도 적용…비상장사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자본시장법보다 범위 넓은 상법으로 '모든 회사'에 적용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반주주를 울리는 '악습'으로 꼽혔던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및 동시상장)'이 자본시장법에 이어 상법으로도 제한된다. 기업이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 하고 신설회사를 기존 모회사와 동시상장 할 경우 모회사 주주들은 주가 하락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앞으로 쪼개기 상장을 할 경우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을 되사야 하는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미 자본시장법에서는 해당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자본시장법 상 대상기업은 '상장회사'인 반면 상법은 비상장사 등 국내에서 사업하는 모든 '회사'가 대상이기 때문에 법률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매수가는 '협의'로
24일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적용된 매수청구권과 대부분 동일하지만 '매수 가격' 측면에선 일부 차이가 있다.
자본시장법에 적용된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은 '분할 의사결정 이전 주가'로 주주가 매각할 수 있다. 즉 물적분할이 결정되고 난 후 주가가 하락했다면 하락하기 이전 주가로 되사라고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 165조의5 3항에 '상장기업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매수가격은 주주-기업간 협의로 결정한다는 조항'을 활용한다.
기업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와 매수 가격을 협상해야 하는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자본법령상 시장가격(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 과거 1개월, 과거 1주일 간 각각 가중평균한 가격을 산술평균)을 적용하도록 했다. 만약 이런 가격에도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상법에 명시된 주식매수청구권의 매수가격은 이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다.
상법 역시 기업과 주주가 협의로 매수 가격을 정하도록 했지만 만약 매수가격에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가 주주에 통지한 매수가액 이상의 금액 공탁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주주에게 매수가액 산정근거를 기업이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고 열람등사청구권도 보장해 주주가 기업과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자본시장법보다 범위 넓은 상법으로 '모든 회사' 적용…재계 '우려'
이는 상법 개정에 앞서 재계가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하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일부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주식매수청구권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비용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들은 기업의 장기 성장을 보는 게 아니라 단기적인 주가 차익에 따른 결정을 하게 될 수 있다"면서 "자본시장법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지만, 비상장사까지 모두 적용하는 상법에서 이를 도입해 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매수가격에 대해 자본시장법보다는 좀 더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방향으로 제도를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계의 이같은 우려와 달리 기업의 물적분할은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대주주의 사익 추구'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기업분할 공시 482건과 기업분석보고서 633개, 그리고 모자기업 동시상장(신규상장) 788개 중 모회사가 있는 자회사 157개를 분석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물적분할이 활용되는 경향이 있고, 물적분할 결과 모회사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핵심성장 사업부문 물적분할로 소액주주가 성장과실 수혜에서 소외되며, 쪼개기 상장으로 분할기업의 기업가치가 훼손된다고 볼수 있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있었다"면서 "특히 모회사들은 자회사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져 기존 상장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는 물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도구로 남용되지 않도록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물적분할로 인한 주주간 이해가 충돌하지 않도록 경영진이 노력해야 할 것이며 그럼에도 이해충돌이 나타나는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고 경영진이 분할계획을 보다 상세히 주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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