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출신 금감원장이 다시 파헤진 ‘라임 사태’…정치권 유력인사 정조준 [투자360]

2023. 8. 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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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라임 사태가 다시 새 국면이 들어섰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펀드 사기 사태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 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4일 추가검사 결과를 발표한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사태는 지난 정권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원장이 작년 취임 일성으로 이에 대해 재점검해보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이번 검사 발표에서 펀드사태 관련 횡령자금 2000억원과 유력 인사들에 대한 특혜성 환매가 추가로 드러난 만큼 향후 수사를 통해 정치권으로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작년 6월 취임 첫날부터 라임 펀드 사건 등과 관련해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라임·옵티머스와 디스커버리 펀드 등 문재인 정부 당시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던 사모펀드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원장이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금감원장에 임명됐고, 이와 함께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부활하면서 양 기관이 펀드 수사를 재개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남부지검은 올해 초부터 펀드 사기 사건을 재수사해왔다.

라임·옵티머스 펀드는 1조원대 환매 중단을 일으켰고, 디스커버리 펀드는 2500억원대의 환매 중단이 벌어졌다. 라임 사태는 정치인 로비가 제기된 이후 김봉현의 옥중 폭로로 수사가 중단됐었다. 현 정부 들어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이 기소되긴 했으나 완전한 실체 규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 민주당 인사, 금융감독원, 검찰 등 정관계 인사 20여명의 실명이 기록된 내부 문건이 나왔으나, 당시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이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이 운용하는 펀드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사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한 만큼 추가 수사 등을 통해 정치권을 재조준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라임펀드의 펀드 돌려막기 구조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의 추가 검사 결과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기업 관련 추가 횡령 혐의다. 금감원은 라임펀드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에서 해당 회사의 임원 등이 합쳐서 약 2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적발했다. 이들이 횡령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통해 추가 범죄사실, 정치권 연루 혐의 등이 실제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이번 검사에서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환매 중단 직전인 2019년 8∼9월 다선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나온 횡령자금 사용처를 보면 추가 의혹이 확인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시간이 지난 횡령은 구체적인 제보가 없으면 실체를 밝히기 어렵고 수사도 오래 걸려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스스로 밝혔듯 이미 검사와 제재 등 행정적 처분이 끝난 사안에 대해 재검사에 착수한 명분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수천억원대의 횡령이 추가로 적발된 만큼 기존 검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언론 등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 의혹을 규명하고 투자자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펀드사태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검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전에 이뤄진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는 운용사 중심의 불완전 판매, 금융사 CEO 징계를 위주로 한 것이었다"며 "이번에는 피투자 기업에 대한 자금 유용 문제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고, 투자자에게 추가적으로 보상할 방안이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추가 검사도 예고했다.

디스커버리펀드의 연계거래를 통한 펀드 돌려막기 구조 [금융감독원 제공]

25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일으킨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2019년 4월 사이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는데, 이중 기업은행을 통해서 가장 많은 6792억원이 판매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분쟁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운용사의 위법 행위가 새로 확인됐다고 보고 추가 분쟁조정 실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디스커버리는 펀드 자금을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하고, 이 SPC가 미국의 대출채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금감원은 추가 검사에서 연계 거래 방식의 펀드 돌려막기를 확인했다. 2019년 2월 해외 SPC1의 자금 부족으로 만기 도래한 3개 펀드의 상환이 어렵게 되자 다른 해외 SPC가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272억원 상당의 3개 펀드를 상환했다. 이후 이 SPC는 후순위채권의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돌려막기한 SPC1 펀드와 관련해 투자자가 정상적인 상환이 되는 것처럼 설명을 듣고 투자했다면 운용사 또는 판매사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른 펀드 돌려막기를 위해 거짓으로 기재한 투자제안서로 펀드 자금을 모집한 SPC의 경우 판매사가 같은 제안서를 이용해 판매했다면 불완전 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사에 대한 검사, 민원인 조사 등 추가 확인을 통해 분쟁조정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금융권 CEO 제재도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 최고 CEO에 대한 제재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뒤 중단했던 NH투자증권, 대신증권, KB증권 등에 대한 제재 논의를 재개했다. 금감원은 앞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해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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