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동물병원 진료비 싸진다는데... 실제 인하효과는 찔끔?
실제 모두 반영되기는 어려워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부담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동물병원 진료비다. 한국소비자연맹이 2021년 동물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병원 이용 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8명(82.9%)이 반려동물 진료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이달 발표한 '2023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최근 2년간 반려가구의 치료비 지출 규모는 78만7,000원으로 2년 전보다 68.2%나 늘었다.
4가구 중 1가구인 반려가구를 겨냥해 정부가 동물병원 진료비 인하를 위한 정책을 잇따라 꺼내 들었다. 오는 10월부터 적용될 동물병원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와 이달부터 시행된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공개시스템이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당초 부가세 면제 대상이었다가 2012년 질병 예방 목적의 일부 진료를 제외하고 과세 대상으로 바뀌었는데 이번에 다시 면제가 되는 것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가세 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두 정책이 실제 얼마나 진료비 인하 효과로 이어질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진료비 인하는 4~5%?
농림축산식품부가 10월부터 진료비 부가세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한 진료 항목은 100여 개다. 엑스선,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뿐 아니라 기관지염, 방광염 등 내과질환, 구내염, 치은염 등 치과질환이 포함된다. 반려동물의 구토, 기침 등 증상에 따른 처치도 부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부가세는 진료비의 10%다. 그렇다면 반려인들의 진료비도 그만큼 싸질까. 전문가들은 10% 인하분이 그대로 반영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보통 사업자는 재화(약품)와 서비스(진료) 공급가액의 10%를 소비자로부터 먼저 받아 국세청에 납부한다. 이 중 서비스가 부가세 과세에서 면세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자는 면세사업과 관련된 매입세액에 대해서는 부가세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고 비용처리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가세 감면분인 10%가 아닌 4~5%만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가 많다. 세무법인우진 진덕수 세무사는 "부가세를 감면한다 해도 최종 소비자 가격이 부가세 감면분만큼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1년 펴낸 '부가가치세 면제에 관한 소고' 보고서를 보면 여성 생리대의 경우 부가세 면제 적용 이후 가격 하락이 뚜렷하게 관찰되지는 않았다. 다만 가격 인상 증가 추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아동용 종이기저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부가세가 10% 면제됐을 때 가격 역시 1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부가세 면제 진료항목 범위를 놓고 일선에서 혼선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과세·면세 대상을 가리는 데 동물병원의 행정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의사는 "무릎뼈 탈구와 입원비, 검사비가 면세 대상으로 추가된다고 하니 수술비를 포함한 진료비 대부분이 면세로 생각되지만 헷갈리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퇴원 후 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식욕 부진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다른 증상들도 탈구로 인한 면세로 봐야 하는지 수술과 별개의 진료로 봐서 부가세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진료비 부가세 면제가 기대만큼 진료비 인하 효과가 없어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사람처럼 동물 진료 역시 생명에 대한 의료행위인데 그동안 서비스라며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게 맞지 않았다"면서 "부가세 면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유불리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항목 적어
농식품부는 지난해 1월 수의사법 개정에 따라 이달 3일부터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공개시스템을 통해 진찰·상담료, 입원비, 백신 접종비 등 11개 진료비를 공개했다. 올해 4~7월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 1,008곳을 조사한 것으로 전국, 광역시도, 시·군·구 단위별로 최저·최고·평균·중간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에는 자신이 다니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싼 편인지 비싼 편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 직접 병원을 가보지 않아도 진료비 현황을 참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별 진료비 차는 컸다. 진찰료의 경우 세종시는 7,280원으로 가장 낮은 반면 충남은 1만3,772원으로 가장 높았다. 입원비도 소형견 기준 세종시는 4만3,000원인데 울산은 6만1,293원이었다. 동물병원 업계는 동물병원별로 임대료, 보유 장비, 사용약품, 전문성이 다른 게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입원비의 경우 입원한 비용만 계산한 경우도 있고 수액처치 등의 비용까지 포함시킨 경우도 있어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개된 항목이 11개에 그친 데다 지역별 비용만 알 수 있을 뿐 병원별로는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세진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과장은 "진료비 부가세의 경우 현장에서 이뤄지는 진료 90% 이상이 면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의사들의 면세대상 판단 여부 등으로 인한 혼선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또 "진료비 공개를 위해서는 진료항목 표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가 필요 없는 11개 항목 위주로 우선 공개했다"며 "올해 안에 100개 항목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면 공개 범위도 늘어나고 소비자가 병원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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