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해수부,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어민 목소리 문서 삭제 정황

박채린 2023. 8.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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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24일)부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윤석열 정부 “방류에 문제 없다”
⬤ 해수부, 어민 대상 ‘수산물 설명회’ 돌연 비공개…어민들 "윤석열 정부 눈치 보나"
⬤ 수협, ‘방류 반대 결의대회’ 당일 취소…조합장들 "논의 없이 당일 취소 통보 받았다"
⬤ 해수부 정부광고 1위 지역지 부산일보, ‘일본 오염수 방류 찬성’ 토론회 공동 개최

일본이 오늘(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 우리 국민 80%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밤 국회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는 그 동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 특히 이 문제로 생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현명한 우리 국민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류에 반대하는 주장을 ‘괴담’ 취급한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를 본 탓인지, 수산업 종사자 3만여 명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지난 7월에는 준비된 ‘방류 반대 집회’를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부산, 제주, 전남 등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들이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정부를 설득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러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어민들 사이에선 “어민단체나 지자체가 윤석열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수산물 관련 자금줄을 잡고 어민단체를 압박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가운데 뉴스타파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해수부) 그리고 해수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부 공공기관과 언론사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어민들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무시하고, 찬성하는 목소리만 키워 온 여러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 7월 26일, 전국어민회 총연맹 소속 보성군 어민연합회가 전남 보성군 회천면 수협위판장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갑자기 비공개 결정된 해수부 주최 ‘수산물 안전 설명회’… 담당부서도 몰랐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어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해수부는 지난 6월 13일부터 29일까지 부산, 강원, 전남, 제주 등 9개 권역을 돌며 ‘수산물 안전 현장 설명회’(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실상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고 돕기 위한 행사였다. 그런데 애초 공개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설명회는 무슨 일인지 부산에서 열린 첫 설명회 이후 돌연 비공개 행사로 변경됐다.

해수부는 설명회 내용 중 일부인 ‘어민 의견 수렴’ 과정에선 아예 언론 취재를 막았다. 수산물 안전성을 문제 삼는 보도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수부 측은 “부산 설명회 때는 (비공개) 지침을 못 받았다. 어민들이 카메라가 있으면 말씀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비공개가 결정된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해양수산부가 6월 12일 공개한 ‘권역별 수산물 안전 현장 설명회 개최 계획’. 6월 13일 부산을 시작으로 총 9개 권역에서 약 2주간 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다고 돼 있다. (출처: 해양수산부 홈페이지)

해수부가 작성한 설명회 청취기록에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어민 목소리 없다

그럼 해수부가 비공개한 설명회에서 어민들은 어떤 주장을 했을까. 뉴스타파는 해수부에 설명회 발언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해 봤다. 그런데 ‘수산물 소비 감소에 대한 정부 지원’, ‘방사능 검사 강화’, ‘가짜뉴스 대응’ 등 10개 항목으로 요약된 문서 어디에도 어민들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어민들이 오래전부터 반대 주장을 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수부가 의도적으로 어민들의 주장을 보고서에서 삭제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경기, 제주 설명회 청취 내역은 아예 누락돼 있었다. 제주는 오염수 방류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 온 지역 중 하나다.

취재진은 6월 30일 제주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한 제주시 한림읍 김성근 어촌계장에게 연락해 “설명회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 “설명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을 물었다. 김성근 씨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 당연히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참석자 다수는) 항의하는 표시로 설명회에 참석한 어민들이 다 나와 버려서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 설명회’에 참석한 또 다른 해녀 출신 어촌계장도 “자기네 나라(일본)에서 땅을 파서 묻던지, 자기네 나라에서 처리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일본 오염수 방류를)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해양수산부로부터 확보한 '권역별 수산물 안전 현장 설명회' 자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어민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다.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대회 취소…조합장들 “행사 당일 취소 통보 받았다”

해수부가 어민들의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삭제한 것과 비슷한 일은 해수부가 주무부처인 수협중앙회(수협) 행사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6월 22일, 수협은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대회’를 당일 취소했다. 이 행사는 송상근 해수부 차관이 참석하는 수산물 안전 캠페인 선포식에 이어 개최될 예정이었다. 수협은 “해수부와 무관하고, 전국 조합장들이 논의해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합장들의 주장은 달랐다. 뉴스타파는 91곳 수협 중 절반인 45곳에 연락해 행사가 취소된 과정과 이유를 물었다. 연락이 닿은 9명의 조합장들은 하나같이 “오염수 반대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고 했다. 또 결의대회 취소 과정에 대해서는 “당일 (결의대회 취소를) 통보받았다”, “취소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6월 22일 충청남도 천안시 수협중앙회 연수원에서 열린 '우리 수산물 시식회' 현장. 송상근 당시 해수부 차관(왼쪽 세번째),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오른쪽 세번째) 등이 수산물을 시식하고 있다. (출처: 수협중앙회 홈페이지)

전남 지역의 한 조합장은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대회를 안 했으면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수협에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전북 지역의 한 조합장은 "수협 차원에서 결의대회를 하기가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해수부나 수협이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대회'를 막으려했다는 주장은 다른 어업 단체에서도 나왔다. 지난 8월 3일 조원선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보길면 협의회장은 KBS광주 라디오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수협이나 해수부가 ‘어민들이 이렇게(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말을 하면 안 된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이것은 도저히 용납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저희는 8월 4일 계획한 것(방류 반대 집회)을 취소한 것으로 전달받았고 그렇게 알고 있다. 수산물 관련 정책 자금 같은 것들이 (해수부와) 연관이 많이 돼 있다.
- 조원선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보길면 협의회장 (2023. 8.3)

일본 원전 오염수 반대 성명 및 결의대회가 열리기로 한 전날(6월 21일) 수협중앙회가 낸 보도자료. 수협 측은 ‘우리수산물 시식회’, ‘원전 오염수 반대 성명 및 결의대회’가 22일 진행된다고 안내했지만 결의대회는 당일 취소됐다.

해수부 광고 1위 지역신문 부산일보, ‘오염수 방류 찬성’ 전문가만 불러 토론회 개최

해수부로부터 가장 많은 정부 광고를 지원받는 지역 언론사, 해수부에서 매년 억대의 지원금을 받는 언론사 관련 단체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찬성’만을 주장하는 토론회를 연 사실도 취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12일 부산시, 부산일보, 사단법인 한국해양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리 수산물 안전한가 시민 공개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목종수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장, 서성봉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사가 나왔다. 모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고 주장해 온 사람들이다. 특히 김종덕 원장과 정용훈 교수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만든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에 참여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리 수산물 안전한가 시민 공개 토론회’ 개최 알림 (출처: 부산일보 홈페이지)

이 토론회를 주최한 부산일보는 올해(2023년 7월 기준) 해수부로부터 총 1800만 원의 정부 광고를 받았다. 조선일보, 채널A, 동아일보 등에 이어 6번째로 많은 금액이었고, 지역 신문 중에서는 1위였다. 부산일보는 지난해에도 해수부 광고 3600여만 원을 받아 아주경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한국해양산업협회는 해수부로부터 세계해양포럼 개최 등을 이유로 2018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약 20억 원을 지원받았다. 한국해양산업협회의 대표는 부산일보 사장이 맡고 있으며, 사무총장도 부산일보 기자 출신이다. 사무실도 부산일보 건물에 있다. 부산시도 2021년부터 지금까지 이 협회에 해양과학문화 및 해양과학기술진흥사업 명목으로 매년 5억 7000만 원 씩을 지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박채린 Fellow-cr@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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