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들, 수십년 살던 집에서 수천만원 물어주고 쫓겨날 판"

김은경 2023. 8. 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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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용료도 분명히 냈고 지상권 매매계약서까지 있는데, 법원은 철거 비용까지 물고 나가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경북 영주시의 한 아파트 개발 예정 구역 내에 있는 무허가 주택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주민 10여명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철거 비용까지 떠안은 채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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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아파트 개발 예정지 일부 주민 4년째 소송전
1·2심 패소 후 주민들 상고…지역 사회에 도움 호소

영주의 한 아파트 개발 예정 구역 내에 있는 무허가 주택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주민들이 철거 비용까지 물어주고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영주=김은경 기자

[더팩트 I 영주=김은경 기자] "땅 사용료도 분명히 냈고 지상권 매매계약서까지 있는데, 법원은 철거 비용까지 물고 나가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경북 영주시의 한 아파트 개발 예정 구역 내에 있는 무허가 주택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주민 10여명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철거 비용까지 떠안은 채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지역 16가구 주민들은 유력 정치인의 친형 소유였던 주택 토지에 대해 매년 사용료와 재산세(주택)를 내며 수십 년간 지냈고, 토지주와의 건물 소유를 위한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토지의 소유주가 지난 2020년 해당 토지를 매각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토지를 매입한 A 개발회사는 16가구 중 7가구와 1000만~5000만원의 '지상권(건축물) 매매계약서'를 체결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9가구에 대해서는 '무허가 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주민들은 A 개발회사가 지상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지상물매수청구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1·2심 모두 주민들이 패소했다.

법원은 "지상권의 권리행사 일체를 포기하고 이를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 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A 개발회사가) 분쟁을 원만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차원에서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 토지 소유주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음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A 개발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주민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만약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하면 주민들은 많게는 3000만원이 넘는 철거 비용까지 떠안은 채 수십 년간 살아온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놓였다.

주민 박모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역 업체에 철거 견적을 의뢰해보니 법원이 부담하라는 철거 비용보다 4~5배가량 저렴했다"며 "보상 한 푼도 못 받고 수천만원의 철거 비용까지 청구되면서 주민들은 체념과 극도의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은 9가구 주민 10여명은 대부분이 80대 고령에다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의료보호 대상자"라며 "4년의 긴 소송에 지친 주민들은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고 싶지만, A 개발회사는 꿈쩍도 안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근 영주시와 영주시의회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지역 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A 개발회사 관계자는 "애초 지상권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기보단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지상권 매매 계약까지 체결해 보상한 것뿐이다"며 "당시 일부 주민들이 터무니없는 비용을 요구해 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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