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시절 잔혹한 압제 악몽 시달리는 발트해 국가들
러 우크라 전면 침공으로 다시 생생해지면서 진저리
러 대사관 앞에 경멸 담은 현수막·우크라 국기 가득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소련 시절 소련군 탱크에 짓밟힌 경험이 있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3국의 국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소련의 통치를 받던 수십 년 동안의 악몽에 시달린다고 미 CNN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소련이 무너진 뒤 등장한 러시아가 인접국들에 여러 차례 탱크를 보낸 일 때문에 새롭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1일 덴마크를 방문해 F-16 전투기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하지 못하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모든 나라들이 위협을 받는다”고 발언했다. 러시아 인접국 가운데 젤렌스키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푸틴 “우크라에서 승리하면 이곳으로 올 것”
이 같은 분위기는 매우 일반화돼 있다.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우크라이나는 에스토니아의 최전선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우리 대신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은 과거 주인 노릇을 하던 소련에 대한 주민들의 경멸이 쏟아지는 곳이다. “어린이 살해를 중단하라”고 손으로 쓴 현수막, 우크라이나 참상을 알리는 사진들, 기이한 푸틴 사진, 피 묻은 손자국 모습들 등이 널려 있다.
리가의 웅장한 아르누보 양식 러시아 대사관 앞에도 경멸이 가득하다. 시당국은 과거 이름이 없던 도로를 “우크라이나 독립로”로 명명했다. 대사관 안의 러시아 외교관들은 창넘어로 러시아를 “테러 국가”로 부르는 현수막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봐야 한다.
나토 회원국인 덕분에 러시아 대놓고 비판
라트비아의 가톨릭 라디오방송 라이오 마리아의 야니스 멜니코프스 국장은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보면서 안심이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전쟁이 1년 반 되도록 계속되면서 경제적 우려가 특히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했다.
탈린에 있는 비루호텔의 최상층은 소련 시절 국가보안국(KGB)가 사용하던 곳이다. KGB 요원들은 1991년 도청장비와 송신기, 재떨이와 전등에 숨긴 마이크 등을 버려두고 급히 탈출했다.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이곳을 안내하는 마르기트 라우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냥 과거 역사로만 생각했으나 지금은 매우 심각하게 둘러본다고 했다.
마르기트의 할머니는 스탈린 치하에서 사소한 잘못으로 수십 년 동안 수용소에 갇혀 있다고 강제 이주됐고 마르키트는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 마르기트는 에스토니아 독립 투쟁에 가담했다.
KGB 사용 건물에 도청 장비 등 그대로 남아
21세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세기 소련의 라트비아압제를 불러일으킨다.
발트해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경고해왔다. 2007년 에스토니아가 대규모 사이버공격을 받은 뒤 정부가 소련군의 1947년 해방 기념비를 없애버렸다. 이를 두고 러시아 의원들이 일제히 비난했고 에스토니아의 인터넷이 완전히 마비되기도 했다.
러시아에 적을 둔 인터넷 주소에서 가해진 공격으로 정부 기관, 은행, 신문사가 모두 몇 주 동안 기능하지 못했다. 범인은 밝혀내지 못했고 러시아가 자신의 소행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후에도 여러 번 해킹 공격을 가해 왔다.
러 사이버 공격으로 몇 주 동안 정부, 은행, 신문사 마비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가 가장 큰 나라들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다. 에스토니아의 지원 규모는 미국의 4배에 달한다. 발트해 국가들은 국방비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계층과 모국어를 사용하는 계층 사이에 갈등이 상존한다. 소련 시절 민족 정체성을 희석하기 위해 러시아어 사용자를 대거 이주시킨 때문이다. 푸틴은 이 갈등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침공의 명분으로 삼아왔다.
GDP 대비 우크라 지원 규모 상위 세 나라 차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물으니 움찔하면서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 전까지 발트해 국가에서 온전한 안도감이 자리 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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