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에 담긴 늦깎이 학생들의 회한

안영록 2023. 8. 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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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사연으로 뒤늦게 한글을 배운 노인들이 써 내려간 문학작품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충북 음성군이 운영한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에서 글을 배운 김영자(73)씨.

한글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김씨는 올해 상반기 음성군에서 운영한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에 참여했다.

김씨를 비롯해 음성군 성인문해교실과 지역 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배운 늦깎이 학생 10명이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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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서 뒤늦게 한글 배운 노인들의 문학작품 심금 울려

[아이뉴스24 안영록 기자] “할미꽃 되어 배운 한글로 난생처음 영감에게 편지를 쓰네…”

각자 다른 사연으로 뒤늦게 한글을 배운 노인들이 써 내려간 문학작품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충북 음성군이 운영한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에서 글을 배운 김영자(73)씨.

음성군이 운영한 '찾아가는 문해교실'에서 글을 배운 김영자(73)씨가 시를 쓰고 있다. [사진=음성군]

수년 전 남편을 여읜 김씨는 홀로 지내며 외로운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한글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김씨는 올해 상반기 음성군에서 운영한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에 참여했다. 늦은 나이지만, 남편에게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을 향한 마음을 짧은 시간 배운 한글로 꾹꾹 눌러 담아 시 한 편을 완성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연에는 김씨의 후회 섞인 회한이 담겼다. ‘신부 열아홉, 신랑 스물아홉, 동동구르므를 선물 받고, 오십년을 같이 살았네, 그느무 술이 웬수지’, ‘매일 술 한 병, 담배 두 갑, 영감 나이 60 되던 해, 기어이 탈이 나고 말았네, 평생 해온 술 담배도 끊었건만, 팔순 잔치 코앞에 두고 홀로 떠났네’.

마지막 연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래도 다행이네, 내 손으로 병시중을 할 수 있어서, 찔레꽃 필 때 떠난 영감, 올해는 난생처음 할미꽃 되어 배운 한글로, 난생처음 영감에게 편지를 쓰네’.

김영자씨가 쓴 시 ‘열아홉 스물아홉’은 최근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23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출품돼 ‘글아름상(국회 교육위원장상)’을 받았다.

음성군 김영자씨가 쓴 시 '열아홉 스물아홉'. [사진=음성군]

김씨를 비롯해 음성군 성인문해교실과 지역 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배운 늦깎이 학생 10명이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희자(74)씨의 엽서 작품 ‘사랑하는 아들들아’는 글꽃상(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진행한 시화 부문에서는 김옥분(68‧설성평생학습관)씨의 ‘내 세상 속의 영어’가 으뜸상(충북도지사상), 김영례(71)‧신옥철(76‧이상 찾아가는 문해교실)씨가 배움상(충북도교육감상), 이정례(83)씨가 버금상(충북도의회의장상)을 각각 받았다.

엽서 부문에서는 설성평생학습관의 강창순(69)‧안성연(78)씨가 으뜸상(충북인재평생교육원장상), 함순이(80)‧차옥희(83)씨가 버금상(충북평생교육사협회상)을 각각 수상했다.

시상식은 9월 8일 청주 청남대에서 예정된 ‘2023년 충북도 문해의 달 선포식 및 문해 한마당’에서 열린다.

음성군은 9월 19일부터 10월 6일까지 음성읍 설성문화회관 1층 로비에서 ‘2023년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수상작과 성인문해 학습자들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임재영 평생학습팀 주무관은 “늦은 나이에도 열정을 갖고 한글을 공부하는 노인을 위해 앞으로도 찾아가는 문해교실, 한글 교실, 학력 인정 교육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안영록 기자(rogiy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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