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장관, 미중 정상회담 위해 상하이서 경제 현장 점검"
"시진핑 美 국빈방문 여부 관심…아직 결정 못한 듯"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오는 27∼30일 중국 방문은 미중 정상회담의 길을 닦고 현지 미국 비즈니스 환경을 점검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을 찾은 다른 미국 고위 관리들과 달리 러몬도 장관이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도 방문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 둔화 속 현장 점검의 성격이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어 지정학적 전문가들은 러몬도 장관의 방중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또 하나의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SCMP에 러몬도 장관이 상하이에서 현지 당서기와 미국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만나고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와 함께 상하이 디즈니랜드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의 미국상공회의소에는 1천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등록돼 있다.
소식통은 "이는 정책적 관점에서 상당히 가벼운 일정으로, 러몬도 장관의 상하이 방문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간 안정적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팡중잉 쓰촨대 교수는 SCMP에 지정학적 우려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날 수 있는 시기에 러몬도 장관이 방중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러몬도 장관이 상하이에 들르는 것은 중국에서 주요 미국 기업 대표들을 만나 그들이 현재 경제상황에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새롭게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25년간 진행한 비즈니스 환경 설문 역사상 처음으로 올해 중국이 '3대 투자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과 서방이 중국에서 '디커플링'(분리)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경제적 이유로 중국을 떠날 수 있다고 팡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면에서 러몬도 장관의 여행은 더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미국의 현장 점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잇따라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보내면서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러몬도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6월 이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된다.
미국 상무부는 러몬도 장관의 방중에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27개 중국 기업·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그 며칠 전인 9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푸단대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런샤오 교수는 SCMP에 "이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제스처와 경제적 강압 정책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몬도 장관의 방중은 (미중) 양측이 소통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제스처의 연속일 것"이라며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올 초 외국 컨설팅 기업을 급습하고 반간첩법을 강화하는 등 단속의 고삐를 조이면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셰펑 중국대사는 지난 22일 러몬도 장관을 만나 "중국과 미국은 한 행성에서 한 하늘을 누리고, 모두 한배를 타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과 마주 본 채 협력 리스트는 늘리고 부정적인 리스트는 줄이며, 중미 관계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21일 방중한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대표단을 만나 "중미 관계와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이 일부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양측이 진심을 보이고 서로를 향해 다가가며 공동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가 보도했다.
리 총리는 또한 "중국은 미국과 협력하고 함께 국제 무역 규칙을 수호하며 글로벌 산업망의 안정을 보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팡 교수와 런 교수 모두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언제 만날지,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뿐만 아니라 미국을 국빈 방문할 것인지 여부가 가장 궁금한 사항이라고 짚었다.
런 교수는 "그들이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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