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풍 "전주가 아닌 KCC는 상상이 안가요"
“그렇지않아도 며칠전 (하)승진이랑 같이 얘기했어요.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것 저도 들어 알고 있어요. 팬분들 반응도 돌아보니 KCC구단보다는 약속을 어긴 전주시측의 문제가 더 많아 보였어요. 그냥 다른 것 다 떠나서 안타까워요. 승진이가 딱 한마디 했어요. 우리 전주 팬들 어쩌냐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혼혈선수 출신 전태풍(43‧179cm)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주 KCC의 연고지 이전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별다른 말은 아니다. 그냥 안타깝다는 감정을 표현했을 뿐이다. 2009년 혼혈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KCC에 지명됐던 전태풍은 팀을 대표하는 레전드중 한명이다.
본의아니게 몇몇팀을 오가기는 했지만 마지막 SK에서의 한시즌을 빼고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련이 없었다. 전태풍은 항상 '내가 있을 곳은 전주고 KCC다'고 말했을 만큼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이를 입증하듯 마지막 전성기를 KCC에 돌아와서 보냈다. 타팀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전태풍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KCC행을 택했다. 그만큼 KCC와 전주라는 도시에 각별한 애정이 있던 인물이니만큼 최근의 사태가 누구보다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승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KCC에 서운한 것 조금 있어요. 하지만 KCC 미워하지않아요. 아니 사랑해요. 우리 둘다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생각해요. 다른 이유 없어요. 전주 팬들때문이에요. 우리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해주고 사랑해줬어요.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이런 팬들 없어요. 제가 볼 때 대한민국에서 전주 팬들이 1등이에요. 만약 KCC가 전주를 떠나게되면 열정있는 우리 전주 팬들 어떻게 할거에요?”
특정 팀을 응원하는 이유중 상당수는 연고지 팀인 이유가 크며 오래된 팀같은 경우 대를 이어 열성 팬으로 남는다. 설사 고향을 떠난다해도 연고팀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고팀의 경기를 보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불스가 시카고를 떠나고 레이커스가 LA 떠난다고 생각해봐요. 마이클 조던이고 매직 존슨이고 모두 역사가 의미 없어지는거에요. 그들의 전설, 해당 도시에서 연고팀 팬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시애틀 슈퍼소닉스봐요. 정말 멋진 팀이었는데 이제 사람들 잘 얘기안해요. 히스토리가 너무 아까워요. 저는 애틀랜타 출신이라 호크스 응원해요. 성적이 안나와서 마음아프지만 그래도 늘 잘되기를 바래요. 그게 연고팀을 향한 대다수의 마음이에요. 하지만 애틀랜타가 연고지를 옮긴다? 더 이상 응원 안할 수도 있어요. 사정 있겠지만 그래도 국내 팀들 너무 연고지 자주 옮겨다녀요. 이러면 농구 팬들이 모두 흔들려요. 마음이 불안해져요. KCC는 최고 명문이에요. 이런 팀이 이동하게 되면…, 아 상상이 안가요. KCC는 전주의 자존심이에요”
이야기를 하던중 기자가 잠시 말 실수를 했다. “비록 전주가 수도권에 비해 발전하지 못한 관계로 스몰마켓이기는 하지만…”이라고 하자 전태풍이 바로 말을 잘랐다. “스몰마켓? 저는 그렇게 생각안해요. KCC는 빅마켓이에요. 닉스나 레이커스, 불스, 히트같은” KCC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졌다. 더불어 기자도 바로 공감했다. 도시의 규모와 발전 상황만 보고 스몰마켓으로 잠시 착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모기업도, 팬들의 성원도, 팀의 역사와 전통도 당연히 빅마켓이 맞다.
“전주시가 왜 그런 실수를 하고있는지 이해가 안가요. 지역 사람들에게 연고 프로팀은 정말 특별한 의미에요. 연고팀이 좋은 성적 거두면 지역민들 어깨 올라가요. 행복해져요. 다른 곳에 살아도 절대 잊지않아요. 성적이 나빠도 응원해요. 추억이 담겨있어서 그냥 울고 웃어요. KCC에 대한 전주 팬들의 애정은 엄청나요. 선수 시절에도 느꼈고 지금도 알 수 있어요. 전주시는 지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 있어요”
‘정말 어쩔 수 없이 팀을 옮겨야 한다면 어디로 가는게 좋을 것 같냐?’는 질문도 던져보았다.
“아…, 일단 그런일 절대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해요. 전주 팬들 눈에서 눈물 쏟아지는 것 보고싶지 않아요. KCC에서 (신)명호, (강)병현, (하)승진, (임)재현, (추)승균 등과 함께 만들었던 역사의 순간들 그대로 보존해야해요. 구태여 옮겨야한다면 군산이면 좋겠어요. 적어도 전주와 같은 전북 지역이잖아요. 전주에 남아야하지만 아니라고해도 전북은 지켰으면 해요”
은퇴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으나 여전히 KCC에서의 추억과 전주 팬들의 함성을 잊지않고 있는 전태풍은 현재의 안타까운 상황이 빨리 해결되어 최고의 명가 전주 KCC가 그대로 유지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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