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타쓰루, 일본 유도 사상 첫 ‘부자(父子) 올림피언’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사상 처음 ‘부자(父子) 올림피언’이 나왔다. 주인공은 사이토 타쓰루(21·고쿠시칸 대학). 그는 23일 열린 전일본유도연맹 강화위원회에서 내년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이상급 국가대표로 내정됐다. 국제대회 경쟁력 등을 고려해 선발된 선수 6명(남자 4명·여자 2명)에 들었다. 일본은 지난 6월에 1차로 남녀 4체급 올림픽 대표를 선발했다. 이로써 남녀 14체급 중 10체급의 올림픽 대표가 결정됐다.
사이토(세계랭킹 2위)는 1984 LA 올림픽, 1988 서울 올림픽 유도 최중량급(당시 95kg 이상급)에서 2연속 금메달을 걸었던 사이토 히토시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의 둘째 아들. 2015년에 5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같은 체급에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사이토는 2022년 전일본 선수권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 2위를 하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 세계선수권(카타르 도하)에선 7위를 했다. 8강전에서 이 체급 최강자인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와 만났는데, 지도 벌칙 3개를 받으며 반칙패를 당했다. 이달 초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헝가리 마스터스에선 동메달을 땄다.
사이토는 강화위 투표 결과 찬성 16표, 반대 7표로 대표에 내정됐다. 일본 남자 유도 대표팀을 이끄는 스즈키 게이지(43) 감독은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을 충분히 활용해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는 선수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스즈키 감독은 2004 아테네 올림픽 100kg 이상급 챔피언이다. 그는 당시 대표팀에서 사이토 히토시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스즈키 감독은 ‘스승의 아들’을 가르치는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사이토는 체격 조건(192cm·165kg)이 좋고, 몸놀림도 민첩하다. 밭다리후리기, 빗당겨치기에 능하다. 최근 취재진 앞에서 “나는 멘탈이 약하다”며 스스로 문제점을 밝히기도 했다. 큰 대회를 치를 땐 긴장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유도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5살에 입문했다. 네 살 터울인 형도 유도를 했다. 사이토는 13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담관암으로 투병하던 부친에게 “아빠처럼 강해지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아버지는 숨지기 전날에도 유도 훈련을 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통해 두 아들이 연습에 빠지지 않도록 도장에 보내라고 유언처럼 당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이토가 4학년 재학중인 고쿠시칸(國士館) 대학은 아버지의 모교이다. 이 대학을 나와 체육학부 교수와 유도부 감독까지 지낸 아버지의 뒤를 아들이 따랐다.
사이토 히토시는 선수 시절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과 주요 국제대회에서 자주 겨뤘기 때문에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던 인물이다. 1985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결승에선 조용철에게 꺾기를 당하면서 왼팔꿈치가 빠져 기권패 했다. 1988 서울 올림픽 준결승에선 조용철에 지도 벌칙을 이끌어 내며 이겼고, 우승까지 일궈 일본 유일의 유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당시 유도는 남자부 7체급만 열렸다. 한국은 경량급에서 금메달 2개(김재엽·이경근)를 획득했다. 올림픽에서 여자부 경기가 열린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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