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차르'에 도전한 프리고진, 반란 두 달 만에 사망[피플in포커스]

김민수 기자 2023. 8. 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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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푸틴 '전속 요리사' 별명…바그너그룹 설립으로 영향력 키워
우크라 전쟁서 러 국방부와 갈등…쿠데타 일으켰으나 실패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당시 러시아 총리의 식사를 보조하고 있다. 2011.11.1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러시아 용병조직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3)이 무장 반란 이후 약 두 달 만에 23일(현지시간) 항공기 추락 사고로 허무하게 사망했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이날 트베리주에서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항공기가 추락했으며, 10명의 탑승자 명단 중에 프리고진이 있다고 알렸다. 친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인 '그레이존'은 러시아 방공망의 공격으로 항공기가 추락했다고 주장하면서 프리고진의 사망을 확인했다.

1961년 6월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프리고진은 강도, 사기 등의 범죄로 감옥에서 9년을 보냈다.

그는 러시아 군대와 학교 등을 대상으로 케이터링(출장요리) 사업을 벌여 성공했다. 그는 이때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최고 보좌관이었던 푸틴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고진은 정치 인맥을 통해 크렘린궁 행사에 음식을 제공하면서 그는 '푸틴의 전속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승승장구했다.

프리고진은 2013년에는 '인터넷연구소'라는 가짜 계정을 이용한 여론 조작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이 회사를 통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옹호하고, 2016년 미국 대선 여론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2년에 "우리는 미국 선거에 개입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개입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난 3월3일(현지시간) 공개된 영상에서 러시아 민간용병 조직 와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약 7km 떨어진 마을 파라스코비브카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2023.03.03/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프리고진은 2014년 드미트리 우트킨과 함께 민간용병업체 바그너그룹을 설립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그너 그룹은 앞서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과 함께 작전을 펼치기도 했으며,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돈바스 전쟁에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반군을 지원하기도 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의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전투에 깊숙이 개입했다. 지난 5월에는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를 점령하기도 했다. 이후 정규군에게 바흐무트의 관할권을 넘기고 철수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 전역에 바그너그룹 전투원 채용 센터를 설립했다. 바그너 용병에는 전직 군인이나 특수부대 출신은 물론, 사면을 대가로 계약한 범죄자가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군부와 지속해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전투원들에게 탄약 등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을 통제하기 위해 계약을 제안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이달 말까지 국방부에 비정규군은 편입해 계약을 맺도록 명령했다.

지난 6월24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거리에서 바그너 용병단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영상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 지도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오지 않으면 수도로 진격하겠다고 했다. 2023.06.24/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그러자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과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국방부와 대립각을 세웠으며, 갈등은 결국 쿠데타로 이어졌다. 6월23일 그는 러시아 정규군이 바그너그룹 부대에 포격을 가했다고 비난하면서 쿠데타를 선언했다.

프리고진은 6월24일 자신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떠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에 진입하기 시작했으며 그곳에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에 대해 반란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갑자기 프리고진은 반란을 포기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프리고진은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기소당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국 군을 철수하고 벨라루스로 향했다.

그러나 며칠 뒤인 6월 29일 프리고진은 모스크바로 돌아와 푸틴 대통령과 만난 사실이 뒤늦게 크렘린궁의 발표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에 있는 프리고진의 사무실과 거주지를 압수 수색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신변 위협 우려에도 불구하고 7월 초 벨라루스를 떠나 러시아로 귀국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후 행적이 묘연했던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서아프리카 국가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에 대해 '제국주의 서방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이 니제르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바그너 용병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탄 전용기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서 추락해 불길에 휩싸인 모습이 보인다. 2023.8.2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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