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44호 홈런→2회 교체 왜? FA 초대박 앞두고 부상 변수 어쩌나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오랜만에 선발투수로 나와 타석에서 시즌 44호 홈런까지 터뜨렸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LA 에인절스의 '투타 괴물' 오타니 쇼헤이(29)가 부상 암초를 만났다. 오타니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위치한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선발투수와 2번타자로 동시 출격했다.
이날 에인절스는 선발투수로 오타니를 내세우는 한편 루이스 렌히포(2루수)-오타니(투수)-브랜든 드루리(1루수)-로건 오호프(포수)-랜달 그리칙(좌익수)-에두아르도 에스코바(3루수)-헌터 렌프로(우익수)-미키 모니악(중견수)-앤드류 벨라스퀘즈(유격수)로 1~9번 타선을 구성했다.
신시내티는 TJ 프리들(중견수)-맷 맥레인(2루수)-엘리 델라 크루즈(유격수)-스펜서 스티어(3루수)-조이 보토(지명타자)-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트랜드(1루수)-닉 마티니(우익수)-윌 벤슨(좌익수)-루크 메일리(포수)와 선발투수 앤드류 애보트를 내세웠다.
# 오타니, 첫 타석부터 시즌 44호 홈런 터졌다
오타니는 1회초 선두타자 프리들을 2루수 땅볼 아웃으로 잡으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어 맥레인을 볼카운트 2B 2S에서 5구 84마일(135km)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이날 경기의 첫 탈삼진을 수확한 오타니는 델라 크루즈 역시 볼카운트 2B 2S에서 6구 85마일(137km) 스플리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는데 성공, 삼자범퇴로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곧이어 에인절스의 1회말 공격이 펼쳐졌다. 선두타자 렌히포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포문을 열자 이번엔 오타니의 방망이가 춤을 췄다. 오타니는 신시내티 좌완 선발 애보트의 초구 93마일(150km) 포심 패스트볼이 한복판으로 들어오자 이를 놓치지 않고 우중월 2점홈런을 터뜨렸다. 에인절스가 2-0으로 앞서 나가는 한방이었다.
이는 오타니의 시즌 44호 홈런으로 기록됐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부문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지키고 있는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내셔널리그 홈런 선두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맷 올슨은 홈런 43개를 기록하고 있다.
오타니가 앞으로 홈런 2개를 추가하면 커리어 최다 타이를 이룰 수 있다. 오타니는 2021년 홈런 46개를 터뜨린 것이 개인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오타니는 타자로 타율 .257, 출루율 .372, 장타율 .592, OPS .964에 46홈런 100타점 26도루를 기록하고 투수로 130⅓이닝을 던져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로 활약하면서 리그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만약 오타니가 홈런 3개를 추가해 47홈런을 마크한다면 에인절스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 기록도 거머쥘 수 있다. 역대 에인절스 선수 중 한 시즌에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트로이 글로스로 2000년 홈런 47개를 기록한 바 있다.
# 예상치 못한 조기 강판, 팔에 이상을 느끼다
오타니는 자신이 때린 2점홈런에 힘입어 2-0 리드를 안고 2회초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스티어에게 볼넷을 허용한 오타니는 보토를 초구에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았지만 엔카나시온-스트랜드와 상대하는 과정에서 몸에 이상을 느끼고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과 마이크 프로스타드 수석 트레이너가 마운드로 향해 즉각 오타니의 몸 상태를 확인했고 결국 오타니는 타일러 앤더슨과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오타니는 지명타자로 전환했으나 끝내 타격도 이어가지 못했다. 3회말 벨라스퀘즈의 좌전 2루타와 렌히포의 좌전 적시 2루타로 3-0 리드를 잡은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타석이 다가오자 대타 놀란 샤누엘을 투입했다.
오타니는 왜 교체된 것일까.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팔 피로(Arm Fatigue) 증세로 인해 교체됐다"라고 밝혔다. 이날 투수로서 1⅓이닝 피안타 없이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남긴 오타니는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94.4마일(152km)로 평소 답지 않았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또한 93.1마일(150km)에 그쳤다. 역시 팔에 느낀 피로 증세가 구속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실 오타니는 지난 4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도 손가락에 경련 증세가 있어 4이닝만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어쩌면 부상의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에인절스도 관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오타니는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뒤 14일 만에 투수로 나섰다. 그동안 피로가 누적된 것을 고려해 지난 2주 동안 타자로만 출전했던 것. 그러나 이날 등판에서 1⅓이닝 만에 팔 피로 증세로 조기 강판되면서 남은 시즌에 투타 겸업이 가능할지 우려를 낳고 있다.
올 시즌 투수로 23경기에 나와 132이닝을 던져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있는 오타니는 타자로 125경기에 나와 타율 .305, 출루율 .407, 장타율 .667, OPS 1.074에 44홈런 91타점 17도루를 마크하고 있다. 역시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MVP 1순위 후보다.
# WBC부터 강행군 나선 오타니, 투타 겸업 한계 왔나
오타니의 피로도와 부상 우려는 이전부터 지적된 부분이기도 하다. 오타니는 올해 3월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국가대표팀에 참여하면서 역시 투타 겸업을 하며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전에서 9회초 팀 동료인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고 우승을 확정하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하이라이트 순간이다.
WBC부터 강행군을 펼친 오타니는 정규시즌에서도 투타 겸업을 이어가면서도 또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플레이를 보여줘 메이저리그 팬들을 열광케했다.
마침 오타니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올해 월드시리즈 종료 후 FA 시장이 열리면 오타니가 어떤 팀으로 향할지, 또 어떤 규모의 계약을 따낼지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현지 언론에서는 '6억 달러 계약설'이 등장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일 정도다. 타팀 팬들 역시 오타니가 자신의 팀으로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7월 시애틀에서 열렸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는 시애틀 팬들이 "시애틀로 오라!(Come to Seattle!)"을 외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난 16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는 텍사스 홈 팬들이 "텍사스로 오라!(Come to Texas!)"라고 연호하는 한편 플래카드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팬들이 오타니에 열광하는 이유는 역시 그가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고도 모두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상 이슈로 투타 겸업이 어려워지면 오타니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오타니의 갑작스러운 조기 강판이 대형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타니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투타 겸업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에인절스에 입단한 오타니는 투수로 10경기에 나와 51⅔이닝을 던져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는 한편 타자로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285, 출루율 .361, 장타율 .564, OPS .925에 22홈런 61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면서 혜성처럼 데뷔했다. 그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은 역시 오타니의 차지였다.
2019년에는 타자로만 나와 106경기에서 타율 .286, 출루율 .343, 장타율 .505, OPS .848에 18홈런 62타점 12도루를 기록한 오타니는 시즌 종료 후 무릎 수술을 받았고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투수로는 2경기에 1패 평균자책점 37.80, 타자로는 타율 .190에 7홈런 24타점에 그쳤으나 2021년 '투타 만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 오타니는 떠났고, 에인절스는 또 졌다
경기는 또 에인절스의 패배였다. 에인절스는 3-0 리드를 먼저 가져갔음에도 끝내 4-9로 역전패를 당했다. 4회초 맥레인에 좌전 안타, 스티어에 우전 안타를 내주고 1사 1,3루 위기에 놓인 에인절스는 보토를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잡았지만 3루주자 맥레인의 득점을 막지 못하고 첫 실점을 했다.
5회초에는 1사 후 메일리에 볼넷을 허용한 에인절스는 맥레인의 타구가 유격수 벨라스퀘즈의 실책으로 이어져 2사 1,2루 위기를 자초했고 끝내 델라 크루즈에 중월 3점홈런을 맞으면서 3-4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델라 크루즈의 시즌 11호 홈런. 델라 크루즈는 지난 2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는 류현진을 상대로 삼진만 두 차례 당하는 등 고전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에인절스는 끝내 7회초 벤슨에 중전 안타, 프리들에 1루 방면 내야 안타, 맥레인에 볼넷을 허용하고 1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델라 크루즈에 우전 적시 3루타를 맞아 3-7 리드를 헌납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이어 스티어에게도 좌전 적시타를 맞고 3-8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
에인절스는 8회말 드루리의 유격수 땅볼로 3루주자 렌히포가 득점하면서 1점을 만회했지만 추가 득점이 없어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9회초에는 스티어에 우중간 적시타로 1점을 허용해 전의를 상실했다. 결국 4-9로 패한 에인절스는 61승 66패로 여전히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무르고 있다. 신시내티는 66승 61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
오타니에 이어 나온 앤더슨은 4⅔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4실점(1자책)을 남기면서 시즌 5패(5승)째를 당했다. 오타니에 시즌 44호 홈런을 맞은 신시내티 선발투수 애보트도 4이닝 5피안타 4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에인절스 타선에서는 1번타자로 나온 렌히포가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오타니의 대타로 나왔던 샤누엘은 볼넷 3개를 비롯해 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모니악도 4타수 3안타를 남겼지만 타점과 득점은 없었다. 반면 드루리는 5타수 무안타 1타점, 그리칙은 4타수 무안타 1볼넷, 렌프로는 4타수 무안타, 에스코바는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화력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델라 크루즈였다. 5타수 2안타 6타점 2득점을 폭발했다. 향후 메이저리그를 지배할 차세대 슈퍼스타로 꼽히는 델라 크루즈는 개인 한 경기 최다인 6타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한 델라 크루즈는 타율 .257, 출루율 .310, 장타율 .468, OPS .778에 11홈런 33타점 20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신시내티 타선에서 델라 크루즈 외에 돋보였던 선수는 스티어로 4타수 3안타 2타점을 남겼다.
반가운 얼굴도 보였다. 지난 해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마티니는 이날 신시내티의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렀으나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복귀 첫 안타를 생산하지는 못했다. 마티니는 지난 해 NC에서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296 16홈런 85타점 12도루로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NC와 재계약을 맺는데 실패했다.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 재도전에 나선 마티니는 트리플A에서 타율 .275 15홈런 65타점을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 복귀의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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