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류승룡, 감정선 무빙 셋
배우 류승룡이 감정 변주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설득력을 높였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장주원으로 분한 류승룡은 다정한 딸바보와 화려한 액션의 초능력자를 오가며 등장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호연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과거 지희(곽선영 분)를 만나 변화하는 감정들을 촘촘하게 쌓으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 바, 서사의 완성도를 높인 그의 감정 빌드업을 모아 보았다.
# 고독하고 쓸쓸하게
과거 주원은 자신의 조직을 위해 고통과 감정을 감추며 묵묵히 일했다. 그러나 믿어왔던 광진(문정대 분)이 돈을 위해 쉽게 상대에게 굴복하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민기(임성재 분)의 배신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밟게 된 주원에게선 조직과 함께 보낸 젊은 시절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느껴졌다.
류승룡은 넋이 나간 듯한 생기 없는 얼굴과 거친 호흡만으로 충격에 빠진 주원을 표현하며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불안함을 화면 밖까지 고스란히 전했다. 특히 기사회생으로 죽음에서 돌아와 민기에게 복수할 때에는 눈빛 하나에 광진에 대한 미안함과 배신자를 향한 냉정함까지 담아내며 인물에 무게감을 더했다.
# 눈물나고 먹먹하게
조직을 피해 익숙한 곳에서 떠나 길을 잃어 방황하던 주원은 지희를 만나자 터지는 울음과 함께 어린아이처럼 “길을 못 찾겠심더”라고 말하며 보는 이들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후 지희가 위험에 처하자 몸을 사리지 않으며 달려들어 구하다가도 걱정되는 마음을 담아 조심스레 지희의 이름을 읊조리는 순정파의 면면을 보이며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갑작스러운 변화들로 인해 소용돌이치는 감정선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류승룡의 열연은 시청자들도 그의 감정에 빠져들게 만듦과 동시에 캐릭터의 새로운 면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주원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 솔직하고 두근거리게
민차장(문성근 분)의 음모로 인해 상대 조직에게 쫓겨 도망가던 주원은 지희를 만나자 자신의 비밀을 실토하며 감정에 솔직해진 모습을 보였다. 인생에서 늘 길치였던 주원의 “지희 씨 찾아 온 겁니다”라는 고백은 둘의 로맨스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새로운 삶을 예고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때 류승룡은 이전의 조직 생활 때와는 다른 서툰 말투와 수줍은 눈빛으로 상대에 대한 짙은 감정을 담백하게 그려내며 보는 이들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이처럼 류승룡은 깊이 있는 연기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의 변화를 켜켜이 쌓아가며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특히 감정이 없었던 캐릭터의 감정이 하나하나 채워지는 순간을 각기 다른 에너지와 얼굴로 표현하며 주원의 서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한편, ‘무빙’은 매주 수요일 디즈니+에서 두 개의 에피소드씩 공개된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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