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지원’ 시사한 원희룡 장관…정치 중립·공직선거 위반 논란

문광호 기자 2023. 8. 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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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간판으로 국민 심판받는 분들
밑바탕 작업에 모든 힘 다 바치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조찬 정기세미나에서 ‘부동산과 교통정책’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보수우파 시민단체 세미나에서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한 밑바탕 작업에 정무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토부 장관으로서 여당 후보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치적 중립 및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국토 개발, 도시·도로 및 주택의 건설, 철도 및 항공에 관한 사무 등의 주무부서로 지역구의 총선 핵심 이슈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 장관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조찬 정기세미나에서 “제가 국토부 장관을 하는 마지막 한 시간까지 국민들의 민생, 지역 현안, 교통과 인프라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여당에 대한 지지,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해서 밑바탕 작업을 하는 데 저도 정무적 역할을, 모든 힘을 다 바치고 제 시간을 쪼개서라도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주택문제, 노인세대, 청년세대, 아이 키우는 세대들의 자산과 살림의 문제, 교통, 지역개발 현안 등 이런 게 다 있다 보니까 제가 언제까지 (장관을)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미준은 정통 보수우파 시민단체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단체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자문위원장으로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한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현 대표 등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를 회상하며 “저는 한마디로 말하면 죽는 줄 알았다. 처음에 (윤석열 대통령 득표율이) 뒤진 채로 시작했지 않았나. 국민 갈라놓고 이념을 앞세워 가지고 나라를 망친 이 정부(문재인 정부)에도 0.73%밖에 차이 안 날 정도로 ‘묻지마’ 지지세가 있구나 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내년 총선을 암시하며 승리를 위해 단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입법부(에서) 지금 뭐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 게 없지 않나”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이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의 때에 다른 건 모두 제쳐놓고 모두가 힘을 합해서 정권교체를 위해 한 단계 전진, 정권교체의 한 단계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장관이다 보니까 더 이상 표현은 살짝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들어달라”며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스스로 의식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이제 국민의 중간 심판을 앞두고 있는데 국토부 장관으로서, 장관은 곧 정무직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가 해야 할 사명이 있다”며 “이것은 대통령이 시키든 안 시키든 저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인데 우선 지난 정권의 비정상적 내로남불, 자기들끼리의 먹이사슬, 그리고 대한민국을 안으로부터 파괴시키는 세력들과 유착된 부분을 정상화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관님은 어디에 포함되는 분인가. 정무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나”라고 묻자 “저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알고 있다. (정치적 중립 의무가)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원 장관 발언의 내용 확인에 들어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내용을 소관 과에서 보고 있다”며 “선거와 관련성이 있는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총선 지원을 약속한 원 장관은 국무위원이지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 아니다”라며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건 상식 중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을 각오해야 할 만큼 위법적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다니 원 장관은 법이 우스워 보이나”라며 “원 장관이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을 맡겠다면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관위를 향해서도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걸고, 원 장관의 발언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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