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루 칼에 깃든 호국 의지…이순신의 2ｍ 칼 '장검' 국보 됐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숭고한 정신과 호국 의지가 서려 있는 칼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습니다.

문화재청은 이순신이 지은 시구가 새겨진 칼 한 쌍인 '이순신 장검'을 국보로 지정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이순신 장검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된 칼입니다.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으며, 길이는 약 2ｍ로 긴 편입니다.

장검은 충무공의 삶과 행적을 상징하는 유물로서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됩니다.

몸체가 196.8㎝인 칼의 칼날 위쪽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인 '삼척서천산하동색'(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197.2㎝ 길이의 또 다른 칼에서는 '일휘소탕혈염산하'(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시구를 볼 수 있습니다.

각 문구는 1795년에 간행된 '이충무공전서'에 나오는 기록과 일치합니다.

또, 칼자루 안에는 '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뜻의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이라는 글귀가 있어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충무공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가치가 탁월하고, 조선 도검의 전통 제작기법에 일본의 제작기법이 유입돼 적용된 양상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이 칼은 '이순신 장도(긴 칼)'라는 명칭으로 지정 예고된 바 있습니다.

보통 도는 휘어진 형태에 칼날이 한쪽이고, 검은 직선 형태에 칼날이 양쪽에 있습니다.

앞서 문화재청은 칼날이 한쪽만 있는 형태와 '장도'라는 명칭을 고려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검'은 권위와 의례적인 측면에서 칼의 격을 높일 때 사용해 왔으며, 오랜 기간 유물이 '장검'으로 인식되고 불렸다는 점 등을 고려해 명칭을 '장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칼 한 쌍이 빠진 '이순신 유물 일괄'에는 요대(허리띠)를 보관하는 함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따라 유물 일괄에는 갓 위를 장식하는 옥공예품인 옥로 1구, 허리띠인 요대와 보관함 각 1건,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등이 포함됩니다.

문화재청은 "요대함은 조선의 전통적인 공예기법과 높은 기술 수준으로 제작되었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당시 관복과 요대 보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문화재청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남긴 마지막 난초 그림으로 여겨지는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등 총 4건의 유물도 보물로 지정했습니다.

불이선란도는 묵으로 난을 그린 김정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림은 '달준'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것으로 추정되며 오른쪽 아랫부분에서 뻗어 나온 듯한 난 한 포기와 꽃대, 바람에 휘어지는 난잎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룹니다.

문화재청은 "난초를 서예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추사 자신의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며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대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