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얼굴은 이런 것! 양쯔충의 특별한 웨딩드레스

김명희 기자 2023. 8. 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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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배우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양쯔충이 오랜 연인과 드디어 웨딩마치를 울렸다. 77세 신랑과 61세 신부가 만난 지 19년 만에 치른 결혼식, 웨딩드레스도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열린 칸 영화제에 동반 참석한 양쯔충과 장 토드.
지난 3월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쯔충이 인생에서 또 한 번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맞았다. 지난 7월 27일 오랜 연인이자 모터스포츠계의 거물 장 토드와 드디어 웨딩마치를 울린 것.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한 편의 잔잔한 멜로영화 같다.

실험적인 디자이너, 기꺼이 모험을 감수하는 배우

양쯔충의 오브제 같은 웨딩드레스는 스키아 파렐리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두 사람은 2004년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에겐 '양자경’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양쯔충은 반적생과 결혼했으나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 후 홍콩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연기에 몰두할 때였다. 카레이서 출신인 장 토드는 푸조 레이싱팀 감독을 거쳐 페라리의 대표로 활동 중이었다. 양쯔충에게 첫눈에 반한 토드는 만난 지 1개월여 만에 프러포즈했고, 양쯔충도 이를 수락했다. 그리고 19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한눈에 반한 사랑 그리고 오랜 시간 변함없는 신뢰가 결혼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그동안 두 사람은 결혼식만 치르지 않았을 뿐 여느 부부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양쯔충이 참석한 거의 모든 행사에는 토드가 늘 그림자처럼 함께했다. 양쯔충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남자 친구가) 많이 먹고, 많이 쉬고, 영화를 찍을 때는 대역을 쓰라고 한다. 엄마 같다"고 토드의 다정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스위스 제네바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은 두 사람의 가까운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양쯔충의 유니크한 웨딩드레스였다. 그녀는 베이지 컬러의 레이스 드레스에 눈, 코, 입 문양을 진주와 금 등으로 장식한 코르셋 스타일의 가운을 덧입었다. 양쯔충은 인스타그램에서 이 가운을 "Face of Happiness"라고 칭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이 드레스는 양쯔충 부부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스키아파렐리의 다니엘 로즈베리가 디자인한 것이다.

스키아파렐리는 1927년,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론칭한 브랜드다. 엘사는 1930년대 중반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만 레이, 마르셀 뒤샹 등과 친분을 쌓았고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등과 공동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패션 역사상 최초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불린다. 그녀는 비대칭 디자인, 쇼킹한 컬러, 셀로판 소재 이용 등 다양한 시도로 패션의 영역을 넓혔지만 당시로선 너무 파격적이었던 탓에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1954년 브랜드의 문을 닫았다. 지금의 스키아파렐리는 2014년, 엘사의 독창적인 세계에 매혹된 이탈리아 한 재력가에 의해 다시 부활한 것이다.

2019년부터 스키아파렐리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다니엘 로즈베리는 엘사의 환생인가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오트쿠튀르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레이디 가가가 입었던 황금빛 비둘기가 달린 블랙 & 레드 드레스, 2022 S/S 패션쇼에서 온몸을 빨갛게 칠하고 수만 개의 크리스털을 붙인 채 패션쇼에 등장한 가수 도자 캣의 의상 등은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키아파렐리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2023 S/S 컬렉션에선 표범, 사자, 늑대의 머리로 장식한 의상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동물 머리들은 모두 3D 디자인으로 제작했으며, 모피도 실제가 아닌 페이크퍼였지만 일부에서는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단순 오락을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행위)이 연상된다, 혐오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스키아파렐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 마리의 동물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각각 정욕, 탐욕, 교만을 상징한다. 손으로 직접 제작한 조각품을 통해 여성에게 자연의 영광을 안긴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레드카펫에선 화려한 의상, 일상에선 캐주얼

양쯔충은 시상식에서 화려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 가운데는 지난 2월 미국 SAG 시상식에서 스키아파렐리 드레스를 입은 양쯔충.
스키아파렐리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선 차원 높은 예술성을 추구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때문에 셀럽 입장에선 많은 이의 이목이 집중되는 공식 석상에서 소화하기엔 다소 위험부담이 따른다. 양쯔충은 지난 2월 미국배우조합상(SAG) 여우주연상 수상 당시에도 스키아파렐리의 드레스를 입었다. 블랙 벨벳 소재에 몸에 붙는 실루엣의 이 드레스는 옐로 컬러의 스팽글 프린지 장식 덕분에 양쯔충에게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1월 열린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에서도 하늘색 새틴 스커트를 말아 올려 한 송이 꽃처럼 연출한 스키아파렐리의 드레스를 입었다.
사자 머리를 3D로 디자인해 장식한 스키아파렐리의 2023 S/S 컬렉션. 스키아파렐리 의상을 입은 미셸 오바마와 레이디 가가(왼쪽부터).
양쯔충은 레드카펫에서는 화려한 장식이나 독특한 디자인의 강렬한 원색 드레스를 입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일상에선 블라우스나 셔츠, 바지 등으로 캐주얼한 차림을 즐기며 모자와 안경 등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편이다. '넘사벽’의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양쯔충은 패션에서도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확실하게 아는 고수임이 분명하다.

#양쯔충 #스키아파렐리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스키아파렐리 양쯔충 인스타그램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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