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평가 역사에 맡기자며 기념공원은 짓겠다는 모순 [핫이슈]
기념공원 꼭 짓겠다면서
공과 평가 말자는 건
앞뒤 안 맞는 모순된 주장
정율성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을 짓겠다는 건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것도 광주시가 48억원의 예산을 들여 짓는 공원이다. 역사적으로 그의 공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면 이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공원을 지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기념’의 말뜻을 찾아보면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다. 기념은 “어떤 뜻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함”이라는 뜻이다. 정율성이 훌륭한 인물이 아니라면, 적어도 무언가 뜻깊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 기념 공원을 지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강 시장은 이미 예산을 투입한 일이기에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율성 공원은 6년 전에 조성키로 계획되었고, 이미 48억 원의 예산은 집행이 끝나 올 연말 완성될 예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매몰 비용의 오류’에 가깝다. 매몰 비용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한다. 그 비용이 아깝다고 잘못된 일이나 실패할 일에 시간과 노력, 돈을 계속 투자하는 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정율성 공원이 옳으냐 아니냐는 이미 투입된 비용과 상관없이 판단해야 한다. 잘못된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 그게 향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이미 돈을 투입했으니 계속하겠다는 건, 이미 쓴 돈은 물론이고 미래의 사회적 손실까지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잘못된 일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정 시장은 “그(정율성)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겨 두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저도 그렇게 하겠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면서, 그의 공을 기리기 위한 기념공원 건립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건, 논리적 모순이다.
만약 역사적 평가와 기념공원 건립이 아무 관계가 없다면, 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논리도 허물어진다. 민주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른바 ‘부산 정치파동’과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를 강행해 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하고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잘못이 있기에 기념관 건립을 반대한다고 했다. 비록 대한민국 건국에 이바지했지만, 민주주의에 역행한 그의 과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시장의 주장대로 공과의 평가는 역사에 맡기면서 기념공원은 건립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논리로 ‘이승만 기념관’도 건립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일이라면 물리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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