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타겟', 이 리얼함이 약인지 독인지

강효진 기자 2023. 8.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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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겟\' 공식 포스터.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타겟'이 마치 특수관에서 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리얼함으로 관객들, 그리고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들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적실 예정이다.

'타겟'(감독 박희곤)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혜선)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은 스릴러다. 현대인들의 일상이 된 '중고거래'를 콘셉트로 삼았다. 특히 주인공 또래의 여성 관객들에게는 더욱 강렬한 공포물 그 자체다.

사건은 수현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세탁기를 구매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회사 일도 빼고 어렵게 설치한 세탁기는 고장난 매물이었고, 화가 난 수현은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져 자신에게 고장난 세탁기를 판 판매자의 물건마다 "사기꾼이니 조심하라"는 댓글로 복수에 나선다.

알고 보니 이 사기꾼은 살인마였고, 그만 하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살인마를 계속 자극한 수현은 그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만다. 케이퍼무비 속 특급 해커 수준의 IT 기술력을 발휘한 살인마는 수현의 연락처를 가지고 금세 그의 모든 신상과 개인정보를 손에 넣고 서서히 복수의 판을 키워나간다.

살인마가 수현을 옥죄어 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냄비 속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듯, 대수롭지 않은 수준으로 시작해 조금씩 숨통을 조여간다. 처음엔 모르는 사람들에게 끝없이 무료나눔 전화를 받게 하고, 장난전화로 대량의 배달 음식을 보내고, 보이스피싱을 시도하고, 일명 '초대남'을 수현의 집으로 보내 모르는 남성들이 한밤중에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게 한다. 결국 수현이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집 앞에 CCTV까지 설치하지만, 이제는 집 안에 누군가가 보란듯이 들어왔다 간 흔적까지 남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정도 단계에서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한 현실만 알려준다.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던 차에 경찰이 판매자의 주소를 찾아냈지만 그 집에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수현의 사건은 강력범죄로 확대된다. 더 이상 자잘한 복수나 괴롭심을 넘어서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면서 수현은 끔찍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빌드업도 차곡차곡 잘 됐지만, 이는 신혜선의 섬세한 연기가 받쳐준 덕분에 더욱 완벽하게 표현됐다. 모르는 전화를 연달아 받았을 때의 공포, 후반부에 맞닥뜨린 공포 등 피해 수준에 따라 감정 표현에 세심하게 차이를 두면서 몰입감을 더했다. 초대남들이 찾아올 때 충격으로 말을 잃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장면이 압권. 실제로 신혜선 역시 "처음부터 너무 크게 놀라면 나중에는 거의 기절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며 '공포 수위' 표현 고충을 언급하기도 했다.

▲ \'타겟\'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심지어 수현을 좋아하는 남자의 일방적인 구애 역시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묘사되는 것까지 리얼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적 있는 여성 관객들에게 특히 소름끼치는 포인트로 꼽힐 장면이다.

이렇듯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현실적인 소재와 몰입도 높은 빌드업 구조가 이 작품의 큰 장점이지만, 지나친 현실감으로 마무리된 후반부는 아쉬움이다. 마치 내가 '타겟'이 된 듯한 리얼함이 이 작품이 가진 양날의 검인 셈.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뭘까. 중고거래를 함부로 하지 마라?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복수하려 들지 마라? 피해를 입기 전까지 경찰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집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자? 개인정보를 잘 관리하자 등 일까.

현실적인 공포감으로 관객의 감정을 바닥치게 하지만, 다시 끌어올려주는 영화적 쾌감은 없다. 주인공은 지나치게 용감하고, 형사는 무력하고, 범인은 과하게 치밀하고 전문적이다.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공권력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오히려 범죄자들에게 '이 정도 괴롭힘은 처벌이 안 된다'는 사례가 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엔딩도 '섭섭'하고, 찝찝함이 가시질 않는다.

아는 맛이어도 시원 통쾌하게 끝났으면 싶지만, 그마저도 과정이 진부하다. 범인에게 노출된 집에 계속 들어가서 잘 때부터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내 기시감이 느껴진다.

물론 이런 답답함까지 리얼한 현실 공포를 원한다면 올 여름 이보다 더 완벽한 작품이 있을까. 일반관에서도 아이맥스 겸 돌비시네마 겸 4DX를 넘어선 오감 소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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