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절박한 선율의 ‘예술 가곡’[이 남자의 클래식]

2023. 8. 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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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매일 최소 한 번은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시를 읽고, 훌륭한 그림을 감상하며, 한마디라도 좋은 말을 해야 한다." 괴테의 말이다.

자유로운 감정의 표출 의지는 추상적 표현이 아닌 구체적 표현의 추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에 괴테의 주옥같은 희곡 작품들과 극시들은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훌륭한 음악적 질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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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슈베르트 ‘실 잣는 그레첸, D.118’
17세 초등학교 보조교사 시절
성당서 한 여인과 운명적 만남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으로
괴테의 ‘파우스트’ 가사 사용
갈구하는 멜로디와 가사 담겨

“누구나 매일 최소 한 번은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시를 읽고, 훌륭한 그림을 감상하며, 한마디라도 좋은 말을 해야 한다.” 괴테의 말이다.

괴테(1749∼1832)의 작품들은 낭만주의(19세기 전반에 성행한 음악사조)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고전주의 음악가들과는 달리 낭만주의 음악가들은 음악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감정의 표출을 추구했다. 자유로운 감정의 표출 의지는 추상적 표현이 아닌 구체적 표현의 추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에 괴테의 주옥같은 희곡 작품들과 극시들은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훌륭한 음악적 질료가 됐다.

1813년 16살이 되던 해 슈베르트(1797∼1828)는 슈타트콘빅트(Stadtkonvikt)라는 이름의 시립기숙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가 교장으로 계시는 초등학교의 보조교사로 취업한다. 사실 교사로서의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보조교사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슈베르트는 대부분의 시간에 작곡을 하며 지낼 수 있었다.

이 무렵 슈베르트는 ‘F장조 미사곡’을 작곡해 마을의 성당에서 연주를 하게 되는데, 이때 한 여인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바로 소프라노 테레제 그로브(1798∼1875)라는 여인이었다. 미사곡의 연주에서 독창을 맡은 소프라노였는데 이 여인은 슈베르트에겐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된다. 연주회를 통해 가까워진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이 무렵 슈베르트는 사랑의 기쁨에 젖어 무수히 많은 가곡 작품들을 작곡했다. 아마 슈베르트가 그녀의 음성을, 아름답게 노래 부르는 그녀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써내려갔기에 가능했으리라. 그 유명한 가곡 ‘실 잣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은 그렇게 1814년 사랑의 단꿈에 빠져 있는 17살 초등학교 보조교사였던 슈베르트에 의해 탄생됐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를 사용한 최초의 가곡(슈베르트는 평생 괴테의 시로 70편의 가곡을 작곡했다)으로 여기에 사용된 가사는 괴테의 ‘파우스트’ 중 제1부에 나온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그레첸의 사랑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아름답고 순결한 그레첸을 향해 욕망과 정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고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는 그저 인생을 즐기기만 하면 될 뿐이라고 파우스트를 부추기지만 그는 자신을 자책하며 그녀로부터 멀리 떠나기를 결심한다. 한편 그레첸은 파우스트가 변심해 자신을 버린 것이라 오해한다. 이 작품의 내용은 이런 오해로 인한 절망의 상황을 그레첸이 괴로워하며 부르는 것이다. 17살의 청년 슈베르트는 테레제 그로브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시 오스트리아에선 결혼하기 전, 반드시 시 당국에 소득을 증명해야만 했는데 당시 보조교사의 월급으론 결혼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그 이듬해 슈베르트는 보조교사보다 6배나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정교사 시험에 도전했지만 합격하지 못했고, 그녀와의 사랑도 막을 내렸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슈베르트 ‘실 잣는 그레첸, D.118’

1814년 10월 슈베르트가 17세 때 작곡한 작품으로 최초의 ‘예술가곡’이라 평가받고 있다. 시의 각 절을 모두 같은 멜로디로 반복하는 유절가곡으로, 피아노부에서의 마치 물레가 돌아가는 듯한 음형의 선율은 그레첸이 파우스트를 갈구하는 절박한 멜로디와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물레가 돌아감을 상징하는 음형은 작품 중 ‘아, 그분의 키스(Und ach, sein KusS)’ 부분에서 갑자기 멈추며 그레첸의 복받치는 감정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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