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고구마 같다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3. 8. 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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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콘유’ 여름에 보기엔 갑갑하다?
2. ‘명화’는 왜 고구마처럼 느껴질까
3. 엔딩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가 누적관객수 30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엔 디스토피아물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가설을 뚫고 많은 이에게 인기를 얻으며 영화에 관한 다양한 담론들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형 디스토피아물을 기획하면서 여러가지를 고민했을 엄태화 감독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아파트가 배경이라면 디스토피아물도 한국에서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도 아파트에서 자랐고, 한국 국민 50% 이상 아파트에서 사니까요. 공감하기 좋은 장소고, 아파트 없는 사람은 갖고 싶어하는 로망이기도 하잖아요. 주거지이자 자산이라는 독특한 존재죠. 그래서 아파트가 메인에 선 이야기로 설계하고, 그 아파트에 ‘영끌’(영혼 끌어모으기)해서 들어온 신혼부부가 주인공이면 좋겠다 싶었죠. 대재난 속에서 서로 지켜주려고 애쓰는 걸 보면 관객들이 더 몰입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완성본이 나왔습니다.”

엄태화 감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둘러싼 세가지 쟁점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 장면



■쟁점1. ‘콘유’, 여름영화로 적합할까

대지진이 일어난 참혹한 한겨울을 배경으로 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살아남기 위해 절박한 투쟁을 하는 생존자들과 황궁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 회색빛 인간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눈발 날리는 폐허들이 러닝타임 130분간을 뒤덮는다. 일부에선 더운 여름 극장에서 관람하기에 갑갑하다는 평도 있었다. 엄태화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딱히 개봉시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진 않았어요. 첫번째로 생각한 건 ‘영화가 재밌어야 된다’는 고민이었어요. 그렇다면 재미는 무엇일까.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있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뒤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주는 게 재미지 않을까. 그래서 그걸 가장 신경썼고, 재미가 있어야 영화에 숨겨놓은 디테일을 찾는 즐거움도 있을 거로 생각해서 거기에만 집중해서 썼어요. 그러다보면 상업영화로서 미덕이 있으니까 관객들이 선택할 거니까요. 갑갑하다, 그런 판단들은 관객들이 직접 본다면 객관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 역의 박보영.



■쟁점2.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 마지막 양심이 아닌 전형적 고구마 캐릭터?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는 극 중 유일하게 ‘생존자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전투적인 사람들에 물들어가는 남편 ‘민성’을 만류하기만 할 뿐, 이렇다할 반격을 하지 않아 오히려 답답하다는 평도 많았다.

“전 최대한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명화’를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고자 했어요. 디스토피아물이니만큼 인물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때 옳은 말하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러면서도 약점은 주고 싶었고요. 남편이 변하고 폭주하는 걸 막기 위해 집착하고, 그 집착이 광기로 변해과는 과정을 담고 싶었고요. 그래서 박보영의 대사톤을 좀 더 차분하고 가라앉게 만들려고 했어요. 민성의 결말 때문에 ‘명화’가 더 짐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건 민성의 선택이었던 거예요. 명화가 끝까지 막으려고 했지만 제어되지 않았던 거고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쟁점3.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엔딩에 대한 해석을 두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한쪽에선 ‘명화’가 희망을 찾은 엔딩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반대쪽에선 모든 걸 다 잃었기에 새드엔딩이라고 반박한다.

“그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다행이에요. 엔딩에서 ‘이게 과연 희망일까’란 질문을 갖게하고 싶었거든요. 생존자들이 비극을 겪고 새로운 공간으로 갔지만, 말도 안 되게 유토피아를 발견하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현실적인 희망은 어느 정도인 걸까를 고민했고, 지금의 엔딩인 탄생했죠. 정말 여러 번 엔딩을 바꿨는데요, 지금 버전이 그래도 희망인지 절망인지를 토론할 수 있는 엔딩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질문에 정확한 답을 제가 드릴 순 없지만, 서로 이 담론을 공유하고 싶었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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