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피프티부터 유준원까지…부모의 딜레마

안진용 기자 2023. 8. 2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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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피프티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번에는 MBC 오디션 프로그램 ‘소년판타지’에서 1위를 차지한 유준원의 데뷔 불발 이슈가 불거졌다. 두 사안 모두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분쟁이 원인인데, 그 사이에 부모가 결부됐다는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유준원은 그룹 판타지보이즈를 배출한 ‘소년판타지’의 제작사 펑키스튜디오,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포켓돌) 등과 수익 분배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포켓돌은 23일 계약과 관련해 유준원 및 그의 부모와 여러 차례 논의를 해왔다며, 유준원 측이 수익 배분 요율 조정을 요청해왔으나 “다른 멤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포켓돌 측은 “보통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계약서에는 수익 분배 조항을 갑과 을이 5:5로 배분하게 작성된다. 업계 현황을 고려해 12인 모든 멤버들과 5:5 동일한 계약서를 전달했고, 유준원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의 계약은 원활하게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유준원의 부모가 거론됐다. 포켓돌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유준원의 모친은 “콘서트, 방송뿐만 아니라 음원, 음반 굿즈 등 모든 정산에서 준원이가 6이고 회사가 4입니다. 잘못 전달된 거겠죠? 이렇게 아님 계약 못할 것 같아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포켓돌은 “유준원과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해 계약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음반, 음원, 콘서트 등 모든 조건에 있어 타 멤버들과 다르게 유준원 군에게만 수익 분배 요율을 유준원 측 6 : 매니지먼트 측 4로 요청하셨다”면서 “최종 투표 순위를 가지고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수익 분배 요율을 조정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고액의 고정비를 감수하도록 요청했다’는 유준원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유준원이 공개한 부속합의서 상의 고정 비용은 우선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 또한 판타지 보이즈의 연예활동으로 인한 전체 매출에서 멤버 별로 1/12씩 우선 공제되는 것이므로 만약 연예활동으로 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전액 매니지먼트사가 이를 부담하는 것이지 멤버들에게 이를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유준원의 부모는 그를 두 번에 걸쳐 무단 이탈 시킴과 동시에 팀에 합류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결국 판타지보이즈는 유준원을 제외한 11인조로 9월21일 정식 데뷔한다.

같은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피프티피프티 논란에서도 멤버들보다는 부모가 더 자주 등장하는 모양새다. 그들의 상표권 출원 역시 멤버가 아닌 그 가족들의 이름으로 진행됐고, 지난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부모들이 인터뷰에 나섰다.

물론 아직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부모들이 나서는 것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볼 순 없다. 멤버 중에서는 미성년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준원의 경우 포켓돌 측은 “유준원이 미성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준원의 어머니는 미성년자일 시 해당하는 계약 조항들마저 수정을 요청하였고 이에 모두 수용을 했음에도 이러한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부분에 있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피프티피프티 역시 멤버 2명은 미성년자가 아니다. 결국 자발적 판단과 더불어 직접 소속사와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순리인데, 부모를 앞세우는 과정에서 오히려 실타래처럼 사안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소년판타지’ 출신 유준원

자녀를 위해 부모가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할 수 있다. 그리고 각 기획사 역시 소속 K-팝 스타의 부모들과 소통한다. 이견을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합의점을 도출한다. 그러나 ‘그룹’의 특성상 멤버 1명의 부모가 어깃장을 놓으면 전체 분위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몇 유명 그룹은 재계약 과정에서 몇몇 부모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소속사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그룹이 와해된 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내 새끼 때문에 그룹이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요구를 한다. 다만 이를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판타지보이즈의 경우도 유준원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11명은 모두 소속사와 원만히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는데 협상 테이블에 앉은 부모가 이를 수용했다는 뜻이다. 소수의 지나친 특혜 요구는 결국 그룹 전체를 멍들게 하기 때문에 함께 가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룹과 개별 멤버의 피해로 수렴된다. 그룹 단위로 활동하던 이들 중 솔로로 전환 후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다. 팬덤이 와해되는 탓이다. 게다가 이 과정 중 적잖은 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 스타에 대한 반감을 갖기도 한다. 개인적 욕심으로 인해 그룹에 균열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피프티피프티의 경우를 봐도, 그들을 지지하는 대중의 목소리는 극히 일부다. 제3자인 대중들이 바라볼 때 그들의 주장이 그리 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앞세워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피프티피프티의 이미지는 더욱 깊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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