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IMAX" 또 매진 '오펜하이머', 극장 돌파구 될까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의 흥행 기세가 무섭다. 아이맥스(IMAX) 전용관 예매 매진 행렬을 시작으로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수 168만 명을 돌파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의 브랜드와 아이맥스라는 기술의 만남이 극장부터 시작된 영화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처스)는 국내 누적 관객수 168만 24명을 기록했다. 지난 15일 개봉한 뒤 줄곧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원자 폭탄 개발을 위한 일명 '맨하탄 프로젝트'를 지휘한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영화적으로 풀어낸다.
국내 뿐만 아니라 지난달 먼저 개봉한 북미 등 전세계에서 7억 1859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한화로 9641억 원이 넘는 큰 금액이다. 영화의 제작비가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며 제작비를 가뿐히 넘긴 수치다.
세계적인 흥행과 평단의 찬사와 별개로 '오펜하이머'를 향해 대중의 호불호 반응도 극명하게 갈리긴 한다. 전시를 배경으로, 폭탄 개발 등 무거운 소재와 분위기에 흑백 필름 장면들이 더해지며 '노잼하이머'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관객들도 존재하기 때문. 그러나 '오펜하이머'의 국내 개봉이 이제 일주일을 맞았고, 중국 등 기타 아시아 국가 개봉을 남겨둔 것을 고려하면 이 작품의 흥행 레이스 결과가 더욱 기대를 모은다.
최근 극장가를 중심으로 영화 산업의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 '어벤져스'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언 마블을 앞세운 월트디즈니컴퍼니도 실적 악화로 정리해고를 단행했을 정도. 반년을 훌쩍 넘겨 하반기에 접어든 상황에도 올해 전세계 흥행작은 극소수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약칭 아바타2)'이나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미션임파서블7)',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 마고 로비의 영화 '바비' 등이 전부. 여기에 '오펜하이머'가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월드 스코어 흥행작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오펜하이머'는 기존의 다른 흥행작들과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아이맥스 촬영을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소신이 이번 작품에도 반영됐다. 그러나 작품의 특성상 흑백 장면과 컬러 장면을 넘나들어야 했던 상황. 아이맥스 전용 흑백 필름이 존재하지 않던 상황에 필름 제작사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을 위해 이를 새롭게 만들어 촬영이 진행됐다.
이 밖에도 CG를 최소화하고 실사 촬영을 강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조가 더해졌다. 극 중 묘사된 실물 사이즈보다 미니어처 세트, 소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제 원근법'을 추구하는 그의 촬영기법이 원자폭탄 폭발이라는 극의 핵심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아이맥스 전용관을 시작으로 예매 행렬이 이어졌고 영화의 새로운 기술 포인트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영화는 기술적인 혁신을 동반하며 발전해왔다. 멀게는 소리 없이 해설을 동반하던 무성영화에 소리가 더해지던 시기부터, 시네마스코프로 널찍한 화면비의 영상미를 추구하게 된 순간, 흑백과 컬러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 변화까지. 실감나는 CG로 상상 속의 장면을 구현해 낸 '아바타' 시리즈나, 사람의 눈과 가장 가깝다는 아이맥스 촬영을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또한 기술적인 고민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대형 TV와 OTT가 보편적으로 보급되며 영화, 정확히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 필름의 매력이 사라지는 최근. 이 같은 특별한 기술을 간직한 영화의 탄생과 흥행은 극장으로 가야만 하는 이유를 선물하고 있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거장의 연출이 또 하나의 브랜드가 돼준 것도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는 동력이다. 실질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대중의 운집을 잠시 막았을 뿐, 문화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소비 심리는 느리게나마 회복되고 있다. 아무리 집에서 스마트TV로 넷플릭스를 보는 게 익숙한 사람도 봐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극장으로 향한다. '오펜하이머'의 아이맥스 촬영과 같은 도전이 그 이유가 돼주는 셈이다. 얼마나 여타의 영상 콘텐츠와 다르고, 극장에 상영할 만큼 진정한 영화적인 작품인지 창작자들의 한층 더 날카로운 고민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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