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까지 해내는 배우 김혜수 [MK★인터뷰①]
화려한 70년대 의상도 완벽 소화
“류승완 감독과 작업 신선했다”
밝다. 눈부시게 밝은 배우 김혜수가 진심어린 목소리로 ‘밀수’(감독 류승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고, 물공포증을 이겨내게 해준 작품 ‘밀수’에 대한 애정이 넘쳐났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스태프를 향한 팀워크도 끈끈했다. 그래서인지 ‘밀수’는 여름에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높은 사랑을 받으며 누적 관객수 482만명(22일 기준)을 기록, 여전히 순항 중이다.
김혜수가 맡은 조춘자는 열네 살에 식모살이를 시작해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잠시 군천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밀수 판을 벌이는 주요 캐릭터다. 김혜수는 염정아와 함께 중심을 잡고 ‘밀수’를 시원하게 이끌어내 호평을 받고 있다.
“재미있게 봤다. 영화 볼 때는 ‘내가 어떻게 하는 구나’가 아니라 관객들처럼 본다. 어떤 장면은 웃기도 하고 보다 보니까 촬영할 때 생각도 났다. 저는 언론시사회가 기자들과 있으니까 어려운데,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신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자리가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그건 느꼈다. 질문하신 분들도 많았고, 질문 전에 ‘영화 잘 봤습니다’, 말을 시작하기 위해 예의상 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소감을 이야기하고 질문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막상 그것보다 객석에 있는 분들한테 인사할 때 ‘맞아. 이랬구나. 코로나 전에 그랬구나’ 싶으면서 찡하는 마음이 잠깐 있었다. 보다 보니까 내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Q.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글에서 느껴지는 파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완전히 느낀 건 아니고, 저는 시나리오 봤을 때는 캐릭터들의 앙상블이 관건이겠다 싶었다. 각각 인물들과 관계성이 어떻게 풀리고 발현이 되고 조화나 발란스가 어떻게 완성이 되느냐에 따라서 이 작품의 재미가 우리가 원하는 목적에 도달하느냐 못 미치냐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저도 사실 처음에 꽂힌게 70년대, 해녀, 밀수였다. 70년대는 굉장히 흥미로운 시대다. 히피적이고 금지곡들도 많고 그랬다. 70년대 락문화도 있었고, 히피 문화도 있고, 패션도 관심이 많았다. 좋아하는 시대 중에 하나여서 70년대 시골 해안가 마을에 해녀, 해녀가 밀수를 한다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감독님한테 ‘소도시에 70년대 밀수’ 단 한줄의 기사로 출발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 개발하는데 단 한줄의 문장으로 가능하다는 게 놀랐다. 시나리오 자체에서 70년대 음악이 어떻게 매치되는지 명시가 되어있었다. 만드는 사람,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하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다.”
Q.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웃겨야 해서 웃긴 게 아니라 진짜를 공감할 수 있게 해서 웃을 수 있는 요소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누구는 웃기는 역할을 주고 그러는데,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하니까 저희가 볼때는 너무 웃긴거죠. 그게 너무 좋았고 웃음의 공감이 좋았다. 그게 완성도라고 생각했다.”
Q.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등 그동안 작품마다 시그니처 대사가 많았던 편이다. 이번에도 강렬한 대사가 있었다.
“시그니처 대사를 염두하진 않지만 뺨 때리지 않나. 사건이 시작되고 춘자는 서울로 옮겼다가 군산으로 컴백하고 둘이 만나는데, 둘의 관계라는 게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숙은 작은 해안가 마을에 배를 가진 선장의 딸, 해안가 마을의 금수저인데 성격이나 베품은 전체 리더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책임감이라는 걸, 내가 아니라 해녀들의 생계를 챙기는 인물이다. 춘자는 혈혈단신 떠돌이로 전전하다가 상처받고 이용당하는 인물이다. 아마 그런 춘자를 처음으로 따뜻하게 받아준 인물이 진숙이었을 것 같다. 춘자는 기본적으로 친구, 우정 그 이상. 전부일 수도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다시 맞닿드렸을 때 춘자는 ‘다른 사람은 그래도 너는 진짜 나를 알잖아 못 믿냐’. 저는 그게, 정말 춘자로서 저의 마음이었다. 정말 많은 의견을 듣고 수렴하고 나왔던 대사다. 시그니처보다 관계에서 초반에 어떤 상황이 있고 국면을 맞닿드리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대본에 있었다. 일본에서 온 말이어서 그때는 워낙 ‘오라이’ ‘빵꾸’ 그런 말을 어떤 인식없이 사용하던 때이지 않나. 늘 진숙이 시작과 마무리를 정리하면, 춘자는 2인자니까 이를테면 리더의 지시에 따른 어나운스를 하는 거다. 캐릭터들의 역할, 상징, 일을 할 때 늘 하는 상징 같은 거다. ‘오라이’는 힘차긴 해야 한다. 배 밖에서 소리를 내지만, 실내에서 선장이 듣고 닻을 올리고 운전을 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라이’의 무드는 우리의 수확과도 관련이 있는 거다. 밀수를 하고 나서는 우리의 성과 같은 거다. 그 전에 만지지 못했던 큰 돈을 만나는 거니까. 처음에 양장점에서 옷 사입고 그렇듯.”
“사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는데, 군천의 소도시, 항구마을을 그리다 보니까 70년대의 패션이나 그런 문화, 트랜드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서울의 종로 중심에서 밀수라는 게 그 당시에는 생필품을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거기도 하지만, 고위층들 같은 경우에는 모피가 제품으로 나오듯 사치품도 거래를 한다. 그런 것들, 그런 판에서 생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볼거리 같은 것도 춘자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적정선에서 한다고 한건데 사실은 70년대의 서울, 70년대의 패션이 굉장히 재밌다. 남자들도 그때는 딱맞는 티, 나팔바지를 꽉 맞게 입고 다닌다. 머리는 더벅하고. 자기 머리인데 가발처럼 보이고, 그런 문화, 그런 것들도 딱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신경썼다.”
Q. 화려한 가발 역시 춘자를 보여주는 반전 소품이었다.
“딱 처음 봤을 때 파라포셋 머리가 생각나는데 실제 머리가 짧았다. 가발을 쓰면 반드시 어느 순간 표시가 난다. 이거를 영화 전편에 머리를 붙여서 하기엔 두피가 손상이 된다고 해서 안 될 것 같고. 가발로 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것들을 했다. 춘자의 키워드가 생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외로운 거다. 태생적으로 외롭고, 언젠가 떠나야할 그날이 빨리 올 수도 있고, 춘자의 외피라는 건 춘자의 생존을 위한 그런 수단 같은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이게 묘하게 연결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진숙이가 가발을 만드는 장면이 있지 않나. 진숙은 만들고, 춘자는 그걸 쓰고. 일부러 연결한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까 그런 연결점이 있을 수도 있네 생각이 들더라.”
[김나영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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