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 전자랜드 vs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가전양판점 경쟁 새 국면
남창희號 롯데하이마트 효율화 전략 2Q 흑자 전환…리뉴얼 속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장기간 침체에 빠진 가전 양판점 업계 양강이 잇따라 '수장 교체'라는 강수를 두며, 닮은 듯 다른 전략으로 실적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지난해 12월 롯데슈퍼 대표를 지낸 남창희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해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낸 데 이어 전자랜드도 이달 김형영 유통사업부 상품팀 상무를 새 대표로 선임해 미래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지난 1일 김형영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1994년 전자랜드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간 판매사원, 영업팀장, 지점장, 지사장, 상품팀장, 유통사업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전자랜드 맨'으로 통한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0년 전자랜드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12월 새 사령탑에 선임됐던 김찬수 전 전자랜드 대표는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자랜드 측은 "김형영 대표는 전사적인 리더십, 인망과 실무 역량을 두루 갖춘 리더"라며 "시장이 침체됐지만 내부 결속을 다지고 랜드500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새 사령탑에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전자랜드는 최근 2년 연속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7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09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더 키웠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한 7229억원에 그쳤다.
이에 전자랜드가 실적 타개책으로 새롭게 꺼내든 카드는 '유료회원제'다.
가전은 구매 주기가 긴 상품이다보니 연회비를 내고 구매할 만큼 수요가 잦지 않지만, 전자랜드는 연회비보다 더 큰 혜택을 강조한다.
연회비를 낸 만큼 다시 돌려주고 유료 회원 매장에서 '온라인 최저가'를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라인에서 가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고 오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5월 가전 양판점 업계 최초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 작전점(인천)'을 연 데 이어 경기 광주, 경기 이천, 청주 율량, 전남 순천에 차례로 5개 매장을 냈다.
서울 지역에는 현대아울렛 동대문점, 은평점 등 2개 매장 등 총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달과 다음 달에도 합포점, 목포점, 평택본점, 광평점 등을 오픈할 예정이다. 연내까지 최대 15개의 랜드500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전자랜드 측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최저가를 살 수 있다는 게 랜드500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유료회원제 매장 매출과 회원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기존 점포를 랜드500으로 바꿔 리뉴얼 오픈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랜드500의 성과를 최종적으로 확인 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부터는 랜드500의 신규 매장 오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전자랜드는 랜드500이란 파격적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령탑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홍봉철 회장의 장남으로 전자랜드가(家) 오너 2세인 홍원표 사내이사에 대한 사내 존재감, 경영 능력에 관해 주목한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홍 이사는 현재 경영DT(디지털전환) 팀장으로, 경영관리그룹과 정보전략그룹, 물류서비스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경영 일선이 아닌, 전자랜드의 전반적 내부 시스템 관리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전자랜드에 앞서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냈던 롯데하이마트는 올해부터 그 효과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롯데하이마트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한 679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016% 증가한 7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2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들어 ▲상품 운영 ▲점포 경쟁력 강화 ▲물류 효율화 ▲서비스 확대 등 사업 전 분야에서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매장 리뉴얼이다. 내년까지 100여개의 점포를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리뉴얼 방향은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상권마다 잘 팔리는 상품을 집중 선보이고 신상품과 인기 상품 비중을 확대해 등 질적 우량화에 집중한다.
이는 결국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실제 2분기 재고 금액을 전년 동기 대비 27% 가량 축소했다.
아울러 가전 판매 뿐 아니라 수리∙클리닝∙이전설치∙보증보험 등 가전 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고객의 방문 빈도를 높이려 한다. 이를 위해 리뉴얼 점포에 전용 상담 창구 '홈 만능해결 센터'를 설치했다.
전자랜드는 유료회원제를 통해 충성 고객 확보 전략을 꾀하고 있고 롯데하이마트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자주, 오래 방문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경쟁사가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온라인에 빼앗긴 고객을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라며 "새 전략이 통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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