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맑눈광 호평, 더 미쳐야 했나 싶기도"…'잠' 정유미, '윰블리'를 잊어라(종합)

조지영 2023. 8. 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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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정유미(40)가 '윰블리'를 지우고 '맑눈광'으로 스크린에 강렬한 한방을 날렸다.

공포 영화 '잠'(유재선 감독, 루이스픽쳐스 제작)에서 남편 현수(이선균)의 몽유병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을 연기한 정유미. 그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잠'의 출연 계기부터 전작 '첩첩산중'(09, 홍상수 감독) '옥희의 영화'(10, 홍상수 감독) '우리 선희'(13, 홍상수 감독) 그리고 '잠'까지 무려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이선균을 향한 무한 신뢰를 전했다.

'잠'은 귀신이나 혼령 등 초자연적 존재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호러 영화의 흔한 통념을 벗어나 매일 옆에서 함께 잠드는 사람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기이한 행동을 하는 몽유병 또는 수면 중 이상행동 설정을 공포 장르로 풀어 관심을 끌었다. 한국 영화에서 그간 보아온 미스터리 장르 영화의 문법과는 다른 신선한 접근으로 긴장감과 공포감을 선사, 무더운 늦여름을 잊게 만들며 한국 공포 장르 신기원을 열었다. 이러한 '잠'은 올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그리고 제18회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연이어 초청되며 한국 공포 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잠'의 정유미는 사랑하는 남편이 잠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잠들기 두려운 공포에 휩싸이는 인물을 현실적으로 소화해 공감을 자아냈다. 남편을 되찾고 가족을 지키려는 적극적 의지로 섬세하게 변해가는 주인공 수진을 입체적인 연기로 그려낸 정유미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에 맞닥뜨린 열연으로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날 정유미는 봉준호 감독의 키드인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잠'을 선택한 이유로 "나는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휴대전화에 저장 안 한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을 'ㅂ'으로 저장을 해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 봉준호 감독의 전화를 확인하고 '헉'했다. 처음에는 '드디어 나도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유재선 감독의 '잠' 시나리오를 언급하더라. 봉준호 감독의 추천을 듣고 바로 회사에 '잠' 시나리오를 찾아달라고 했다"며 "처음 유재선 감독의 소개를 들었을 때 '봉준호 감독의 키드'라는 게 확실히 영향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는 그런 이미지를 빼려고 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추천도 봉준호 감독의 생각인데 그런 추천을 먼저 들으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잠' 시나리오는 처음에 후루룩 읽히긴 했다. 시나리오가 간결해서 좋았고 그 간결함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읽고 유재선 감독이 너무 궁금해서 감독을 만났는데 실제로 만나니 굉장히 매력 있더라. 유재선 감독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재선 감독도 말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지 않나? 당연히 봉준호 감독의 영향이 있겠지만 유재선 감독만의 모습도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잠'에 앞서 '부산행'(16, 연상호 감독) '82년생 김지영'(19, 김도영 감독)에서 임산부 역을 소화한 정유미는 "'부산행' '82년생 김지영'에서 임산부 역할을 했는데 '잠'도 임산부 역을 맡았다. 이게 하다 보니 조금씩 느는 것 같다. 물론 작품 속 임산부마다 주어진 상황이 다르기도 하다. '부산행' 때는 생존을 해야 하는 임산부였고 영화를 본 관객 중 '만삭인데 어떻게 저렇게 뛸 수 있느냐'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생존이 걸린 문제 아닌가? '부산행'에서는 임산부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해서 뛸 수밖에 없었다. 또 '82년생 김지영' 때는 그 당시 김도영 감독에게 많이 의지했다. 디테일한 현실 엄마 캐릭터를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고 밝혔다.

그는 "'잠'은 스릴러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다. 한 부부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칸영화제를 다녀온 뒤 반응이 내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광기라고 표현해 놀랐다. 반응을 보면서 더 미쳤어야 하나 싶기도 해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남는다. 사실 내가 생각한 수진은 광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근 '염력'(18, 연상호 감독) 때 영상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더라. '염력' 때를 보고 원조 '맑눈광(맑은 눈의 광기)'이라고 하던데 내가 볼 때 조금 어색하다. '염력'을 포함해 '잠'까지 '맑눈광'이라고 한다면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더 보여줄 수 있는 '맑눈광'이 있다. '잠'은 아직 미치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영석 PD의 예능에서 활약 중이기도 한 정유미는 "나영석 PD의 예능팀이 처음에는 너무 낯설긴 했지만 지금은 정이 많이 생겼고 조금 더 알아서 편해진 부분도 있다. 영화 촬영이나 드라마 촬영 스태프에도 배우는 게 많지만 예능 스태프들도 배우는 게 많다. 정말 존경스럽다. '서진이네' 방송 이후에는 주변에서 김밥 말아 달라는 지인들이 엄청 많아졌다. 지인들 대기가 상당하다. 친구들이 생일 때 선물보다 김밥 한 번 말아 달라는 요청이 많더라. 사실 그 김밥은 해외에서 촬영할 때나 맛있지 여기에서는 더 맛있는 김밥이 많아서 내가 만든 게 맛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김밥을 너무 많이 말아서 '서진이네' 끝난 뒤에는 김밥을 전혀 말지 알았다"며 "'유미네' 계획은 전혀 없다. 나는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게 좋다. '서진이네'나 혹은 '서준이네' 밑에서 일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나영석 PD 예능에서 등기이사로 못을 박은 상태라 '유미네'를 만들 수 없다"고 웃었다.

'잠'은 정유미, 이선균이 출연했고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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