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③ 육상 우상혁
세계선수권서 바르심에 4㎝ 차 패배…항저우서도 3∼4㎝ 차로 명암 갈릴 듯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세계 정상급 스타 우상혁(27·용인시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간절하게 기대한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아시안게임에서 제압한다면 자신감을 얻어 내년 파리 올림픽 전망을 더욱 파랗게 밝힐 수 있어서다.
우상혁은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9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그리고 10월 아시안게임까지 석 달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3일 1차 관문 격인 세계육상선수권 결선에서 2m29로 6위에 머물렀다.
2m33을 넘어 동메달을 획득한 '현역 최고의 점퍼'이자 아시안게임의 최대 라이벌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에게도 졌다.
둘의 격차는 4㎝에 불과했으나 그 차이가 하늘과 땅 간극만큼이나 컸다.
올 시즌 최고 기록도 2m36(바르심)과 2m33(우상혁)으로 3㎝ 차다. 둘의 아시안게임 외나무다리 대결도 결국 3∼4㎝로 갈릴 공산이 짙다.
실패에서 얻은 소득은 분명했다. 바르심을 넘지 못하고서는 아시아 1위도, 한국 트랙 선수로는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경쟁자들보다 비교적 작은 키(188㎝)와 왼발보다 작은 오른발의 짝발을 극복하고 우상혁은 높이뛰기 세계 톱3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이름 석 자를 세계 육상계에 제대로 알렸다.
이어 2021년에 벌어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당당히 4위에 올라 세계의 중심부에 진입했다.
우상혁은 2022년에는 몇 뼘이나 더 성장해 실내선수권대회 우승과 실외선수권대회 2위를 차례로 달성하며 마침내 정상 정복을 가시권에 뒀다.
선수 인생의 정점에서 맞이할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우상혁은 올해 굵직한 3대 이벤트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었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을 놓치면서 이 대회의 연장선이자 미리 보는 파리 올림픽의 성격을 띤 아시안게임에서의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카타르의 국민 영웅인 바르심은 도쿄 올림픽 챔피언이자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은메달 2개를 수집한 높이뛰기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키도 우상혁보다 2㎝가 더 크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연패를 이뤘고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 광저우 대회와 2014 인천 대회에서 2회 연속 정상을 밟았다.
발목을 다쳐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는 불참했다가 이번에 9년 만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바르심은 홈페이지(https://www.mutazbarshim.net)도 운영하는 특급 스타다. 카타르항공, 글로벌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푸마와 오클리, 에너지 음료 회사 레드불이 바르심을 후원한다.
폴란드 출신 스타니슬라프 시치르바도에스 코치와 14년째 동행하며 10년 넘게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바르심은 아시아 최고 기록(2m43) 보유자이기도 하다. 우상혁이 넘어야 할 산이 이 정도로 높다.
바르심의 최대 강점은 큰 경기에 강하다는 사실이다. 아시아 기록은 9년 전인 2014년에 작성했고, 2m40을 넘은 것도 5년이 지났는데도 올림픽,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축배를 들었다.
그만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도 돋보인다.
이에 맞서는 우상혁의 장점은 해마다 나은 기록을 낸다는 점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m28을 넘은 우상혁은 2021년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국내 대회에서 2m31로, 도쿄 올림픽 결선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인 2m35로 꾸준히 바를 높였다.
선수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년에는 실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m34, 실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m35로 기복 없는 성적을 냈다.
최근 3년간 최고 기록이 2m37인 바르심을 거의 따라잡았다. 바르심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2m36을 두 번 모두 넘지 못해 3위에 그쳤다.
전 세계 높이뛰기 선수들에게 상징적인 숫자인 2m40을 바르심이 5년째 넘지 못하고 기량 정체를 겪는다면, 바르심보다 5살 젊은 우상혁은 2m30을 넘어 이젠 꿈의 2m40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 도쿄, 미국 유진, 유럽 곳곳을 거쳐 중국 항저우로 옮겨 펼쳐질 우상혁과 바르심의 라이벌전의 희비는 경기 운영 능력과 결선 당일 컨디션과 평정심, 그리고 신기록을 향한 강렬한 의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육상연맹 홈페이지에 나온 바르심과 우상혁의 상대 전적을 보면, 12번의 대결에서 바르심이 9번을 이기고, 우상혁은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서 두 차례 바르심을 제쳤다.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는 나란히 2m28을 넘어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cany9900@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모르는 20대 여성 따라가 "성매매하자"…60대 실형 | 연합뉴스
- "창문 다 깨!" 31년차 베테랑 구조팀장 판단이 52명 생명 구했다 | 연합뉴스
- 中대학생 '교내 묻지마 칼부림'에 25명 사상…"실습공장서 착취" | 연합뉴스
- 평창휴게소 주차 차량서 화재…해·공군 부사관 일가족이 진화 | 연합뉴스
- 경찰, '동덕여대 건물 침입' 20대 남성 2명 입건 | 연합뉴스
- 패혈증 환자에 장염약 줬다가 사망…의사 대법서 무죄 | 연합뉴스
- KAIST의 4족 보행로봇 '라이보' 세계 최초 마라톤 풀코스 완주 | 연합뉴스
- [샷!]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 | 연합뉴스
- 아이돌 수능 고사장 들이닥친 대포카메라…경찰 출동까지 | 연합뉴스
- 태국 남성, 개 4마리 입양해 잡아먹어…유죄판결시 최대 징역2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