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 '인수 후 상장 폐지'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의 노림수

박찬규 기자 2023. 8. 2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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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SK렌터카 100% 자회사 편입하기로 의결... 내년 1월 완전 인수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기업가치 높이는 데 주력하며 연관사업 묶음 재편 등 예정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최신원 전 회장의 아들이다. /사진제공=SK네트웍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2021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고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최 사장이 지분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아버지인 최신원 전 회장의 공백을 메우면서 자연스레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성환 사장은 최근에도 지분율을 높였다. 2020년까지 SK네트웍스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가 2021년 468만6836주(전체 주식의 1.89%)를 매수했고 지난 6월에는 22만4344주를 더 사들여 현재 지분율은 2.87%다. 최 사장의 부인인 최유진씨도 올해 6월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이전 999주에서 6월8일 4만3999주로 늘었고 0.02% 지분으로 특별관계자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성환 사장 내외 지분에 최신원 전 회장의 0.88% 지분을 더하면 3.77%로 3대주주에 해당한다. 이는 SK㈜(41.18%)와 국민연금(6.6%)에 이은 것으로 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SK네트웍스는 왜 SK렌터카를 흡수하나


사진은 SK렌터카 제주지점. /사진=SK렌터카
국내 렌터카업계 2위 'SK렌터카'는 내년 1월이면 주식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다음 상장 폐지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이를 위해 1.92대 1 비율로 SK렌터카와 지분교환 후 주당 1만3500원의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8월 초 1만원 근처에 머무르던 SK렌터카 주가는 23일 마감기준 공개매수가 1만3400원을 넘어섰다.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가 2019년 AJ렌터카를 인수하며 SK네트웍스의 렌터카사업본부를 결합, 통합법인으로 출범했다. SK렌터카는 장기렌터카 온라인 채널 '다이렉트', 주행거리 기반 요금제 상품 '타고페이'를 선보였고 차 관리 통합 솔루션 '스마트링크'를 전기차까지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의 지분 72.9%를 보유한 만큼 이번 조치로 중복 상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회사'를 표방한 만큼 자회사와의 투자 중복이 해소돼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판단이다.

SK렌터카는 렌터카회사 중 기업공개가 이뤄진 유일한 사례였다. 하지만 현재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의 빠른 사업 추진과 확장이 필요한데 느린 의사결정구조가 걸림돌이라고 본 것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렌터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양사 모두의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의사결정구조 역시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도 기대효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관련업계는 지분 매수 후 상장폐지에 대해 SK렌터카에 대한 경영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사례가 적지 않다"며 "상장돼 있으면 감시자가 많기 때문에 회사를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 상장폐지를 택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결국 기업 내 자금 흐름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SK네트웍스 장악 나선 최성환 사장


SK네트웍스가 인수한 에스에스차저의 서리풀 EV급속충전스테이션. / 사진=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최 사장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SK네트웍스는 1953년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세운 선경직물이 전신이다. 고 최종건 창업주는 최신원 전 회장의 아버지이자 최 사장의 할아버지다.

최신원 전 회장은 2021년 10월 횡령·배임으로 구속 수사를 받던 도중 회장직을 사임했고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최태원 SK회장과 SK그룹은 SK네트웍스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사장이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키우며 입지를 굳히는 시도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흡수한 다음 연관 사업분야를 묶는 등 영역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SK렌터카는 2030년까지 보유차종을 100%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업체 '에버온'에 100억원을 투자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고 올 초엔 에스에스차처를 인수, SK일렉링크를 출범했다.

재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는 사업형 투자회사를 표방하지만 사업영역이 너무 광범위해서 시너지효과가 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단기적으로는 잘 되는 사업을 묶어서 효율을 추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묶은 사업을 다시 독립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렌터카는 올해 12월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SK네트웍스로의 흡수와 상장폐지 등의 안건을 다룬다. 이후 1월 말 최종 지분교환을 마친 뒤 상장을 폐지할 예정이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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