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스타도 자존심도 무용지물..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좌절하는 구단들[슬로우볼]

안형준 2023. 8. 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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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누구보다 올시즌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2023시즌 메이저리그는 이제 '막판 스퍼트'만을 남겨두고 있다. 8월 일정도 막바지로 향해가는 가운데 각 구단들은 채 40경기도 남겨두지 않고 있다. 사실상 가을에서 멀어진 팀들이 하나씩 확정되는 시기다.

누구보다 야심차게 올시즌을 준비했지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팀들이 있다. 뉴욕의 두 팀과 캘리포니아 연고의 두 팀이다. 바로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 LA 에인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다(이하 기록 8/23 기준).

양키스는 최근 9연패를 당했다. 좀처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로 내려앉은지도 벌써 오래. 지구 선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승차는 벌써 17경기로 벌어졌고 지구 4위로 바로 위에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승차도 5.5경기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10.5경기차로 뒤쳐진 상태다. 사실상 포스트시즌에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와일드카드 3위인 시애틀 매리너스가 10연패를 하고 양키스가 10연승을 해도 와일드카드 순위가 뒤바뀌지 않는다.

6월 초 애런 저지의 부상과 함께 무너진 양키스는 7월 말 저지의 복귀와 함께 반등을 꾀했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린 저지가 돌아와도 팀 흐름은 그대로였다. 설상가상 저지조차 복귀 후 22경기에서 .222/.398/.444 5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대단한 성적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저지 외에 위협적인 타자가 없는 양키스에서 집중 견제를 당하며 활약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양키스가 거액을 투자한 카를로스 로돈이 23일 부상 복귀전에서 최약체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에인절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붙잡은 에인절스는 시장 구매자로 나서며 포스트시즌에 대한 열망을 더 키웠다. 하지만 8월 성적이 5승 14패에 그치고 있고 시즌 승률도 0.484까지 떨어졌다. 61승 65패. 양키스보다 겨우 4리 높은 승률이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로 선두인 텍사스 레인저스에 11경기 뒤쳐져있고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3위 시애틀에 10경기차로 뒤쳐진 상황이다.

에인절스는 7월 초 손목 수술을 받은 마이크 트라웃이 23일 복귀했다. 오타니 홀로 지탱하던 팀의 무게를 함께 나눠 질 슈퍼스타가 돌아온 것. 하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대세를 트라웃이 역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인절스 역시 양키스처럼 10연승을 해도 포스트시즌 티켓이 확보되지 않는 처지다.

내셔널리그의 샌디에이고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5할 미만의 승률(0.491)로 맞이했지만 시장 구매자로 나섰다. 워낙 많은 투자를 해 온 만큼 쉽게 시즌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처지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23일까지 샌디에이고가 기록한 승률은 0.472. 데드라인 때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3위와 5경기차인 샌디에이고는 양키스, 에인절스보다는 그래도 가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술적으로는 가능한 상태"라며 사실상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답답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등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대거 보유했지만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김하성이다. 스타들이 모두 기복을 보이고 부침을 겪고 있고 그나마 김하성이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더 답답한 것은 지독한 투타의 엇박자. 샌디에이고는 시즌 득실차가 +58로 서부지구 2위이자 와일드카드 3위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8)보다 훨씬 좋다. 득실차를 기반으로 한 피타고리안 승률은 무려 0.551이지만 득실의 '조합'이 심각하게 어긋나고 있다.

이미 여름 시장에 판매자로 나선 메츠는 일찌감치 시즌 포기를 선언했다.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 등 천문학적 연봉을 지급하며 영입한 노장 에이스들을 모두 거액의 연봉 보조와 함께 '처분'했고 여러 베테랑 선수들과 여름 시장에서 결별했다. 전력이 약화된 만큼 조금씩 성적도 떨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팀이었던 메츠는 '돈으로 성적을 살 수 없다'는 교훈과 함께 재정비에 돌입했다. 다만 성적의 하락 폭이 시즌 포기를 선언하지 않은 앞선 세 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천문학적인 '돈'도, 리그를 지배하는 '스타 파워'도, 명문 구단의 '자존심'도 성적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절실하게 올시즌 성공을 바란 팀들은 큰 좌절감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자료사진=애런 저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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