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논란]'흥행이 독?' 가계부채 원흉으로

노명현 2023. 8. 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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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고정' 차환보다 주택매입에 활용
연착륙 효과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 부작용
'은행 50년 주담대 잇단 출시 자극' 지적도
특례보금자리론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주거안정과 역전세 문제 해소, 가계부채 질적구조 개선을 목표로 탄생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특례보금자리론도 '원흉'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역할과 향후 운영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특례보금자리론의 출발은 호쾌했다. 정부는 지난해 안심전환대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자격기준을 대폭 완화했고 출시 초기 금리도 낮추며 경쟁력을 갖췄다.

출시 초반부터 흥행가도를 이어갔다. 현재(7월말 기준) 목표했던 예산의 79%를 공급한 상태다. ▷관련기사: 예산 8할 쓴 특례보금자리론, 조기 마감 없다(8월10일)

하지만 오히려 흥행이 독이 됐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목됐다. 부동산 시장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뿐 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우회 수단으로 지적받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역시 특례보금자리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시 반년 만에 애물단지가 될 위기다.

부동산 연착륙인가 불쏘시개인가

올 초(1월30일)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역전세 현상을 막고 금리 상승기 서민·실수요자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출금리 변동위험도 낮춰 가계부채 질적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함께였다. 

주택시장에는 지난해 초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던 집값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있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는 급격히 침체됐다. 이에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변동형 주담대를 순수 고정형 주담대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다.

특례보금자리론 자금용도별 유효신청 현황/그래픽=비즈워치

문제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주택 매입에 치우치면서 나타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자금용도별 유효신청 가운데 신규주택 구입이 18조2322억원으로 전체의 58.6%를 차지했다. 기존대출 상환은 10조5645억원, 임차보증금 반환은 2조3138억원으로 각각 33.9%, 7.5%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경착륙)되면 내수 경기 침체는 물론 금융 불안도 야기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이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의 도화선이 됐다는 게 공통적인 시선이다. 특히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제외한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부담을 줄이기까지 하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의 부작용이 커졌다. ▷관련기사: 가계대출 증가 은행 탓하는 당국…은행들은 곤혹(8월21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만 운영했다면 부동산 시장 연착륙 등 긍정적 효과가 컸겠지만 다른 규제들도 병행해 완화하면서 집값을 상승 전환하게 만든 면이 있다"며 "이로 인해 시중은행 주담대도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공급하는 정책금융상품인데 고소득자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면서 주택 매입 수요에 영향을 줬다"며 "시장금리가 높아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비판을 핑계 삼아 출시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50년 주담대도 특례보금자리론 영향?

은행권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50년 만기(초장기) 주담대 역시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 영향을 받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만기에 따라 △10년 △15년 △20년 △30년 △40년 △50년으로 상품이 구성된다. 만기 40년은 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 만기 50년은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로 자격요건이 제한된다.

시중은행은 특례보금자리론이 흥행하자 이를 본떠 50년 주담대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하지만 최근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과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게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이미 과다한 가계대출을 다시 늘리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을 기반으로 시중은행들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것으로 본다"며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성이 가계부채 증가 폭을 키웠고, 좀 더 조정기간을 거쳤어야 하는 집값도 반등 후 상승 속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결국은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한 금융당국이 종합적인 가계부채 관리에는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등 주거 안정을 위한 자금지원은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은 역할을 했다"며 "특례보금자리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관리되지 않는 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부채가 재차 늘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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