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에 中 악재까지… 제조업 체감경기 6개월 만에 ‘최악’

이병훈 2023. 8. 2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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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개선이 지연되면서 이달 제조업 체감 경기가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중국 경기 부진, 반도체 업황 개선 지연 등이 영향을 줬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향후 업황 전망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중국발 리스크, 수출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주력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등의 기미가 있는지는 조금 더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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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제조업 업황 BSI 67로 ‘뚝’
‘부동산 부실’ 中 악재까지 겹쳐
반도체 회복 지연… 수출도 부진
中企 체감경기 8P↓ 더 안 좋아
경제 ‘상저하고’ 전망도 불투명
한은 “반등 기미 모니터링 필요”

반도체 업황 개선이 지연되면서 이달 제조업 체감 경기가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향후 제조업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부동산 부실 확대 등으로 중국 경기가 악화하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기대감이 낮아지며 하반기 제조업 경기 회복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한 67을 기록해 지난 2월(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 업황 BSI는 6월 73으로 정점을 찍은 후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중국 경기 부진, 반도체 업황 개선 지연 등이 영향을 줬다. 업종별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가 전월 대비 8포인트 하락했다.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수주 감소 영향을 받았다. 1차금속은 중국 철강 수요 부진으로 12포인트 내렸고, 중국 내수 회복 지연 영향으로 화학물질·제품은 8포인트 하락했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했다. 중소기업의 업황 BSI는 이번 달 8포인트 내려 대기업(2포인트)보다 크게 하락했다. 한은은 반도체 설비, 기판 제조 등을 하는 중소기업의 업황 BSI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8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해외여행이 증가하며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들어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11포인트나 하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전산업 업황 BSI는 8월 71로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반도체 부문 침체가 이어지며 올해 초에 예측됐던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향후 업황 전망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중국발 리스크, 수출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주력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등의 기미가 있는지는 조금 더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수출이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지난해 10월부터 열 달 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은 8월 1∼20일에도 1년 전보다 17%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조사에서 반도체는 전년 대비 2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중국 부동산발(發) 위기가 금융을 넘어 실물 경기 전반으로 퍼질 조짐을 보이며 수출 회복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2022년 기준 총수출의 55.1%가 중국(홍콩 포함)일 정도로 중국 비중이 높다. 중국 경제의 침체 국면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하면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은 어려워지며 그 경우 한국 수출에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한국 수출 감소를 100으로 본다면 대(對)중국 수출 감소는 40 정도가 될 정도로 감소 기여도가 거의 절대적”이라면서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하반기 경제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병훈·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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