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유망주에서 동전주로 전락한 아스트…힘겨운 회생기

김효선 기자 2023. 8.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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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분사해 1세대 항공기 부품 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던 코스닥 상장사 아스트가 잇따른 악재에 동전주로 전락했다. 전성기 시절에는 3만원을 웃돌았던 주가가 올해는 한때 800원 선까지 급락했다. 아스트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새 최대주주로 맞이했지만, 회생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24일 금유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는 최근 ‘계속기업 가정과 관련된 중요한 불확실성’, ‘재고자산 검토범위 제한’ 등을 이유로 반기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고 투자주의환기종목에 지정됐다. 투자주의환기종목은 관리종목이 아니라 거래가 정지되지는 않지만, 부실징후기업이라는 딱지를 1년간 붙이고 있어야 한다. 추가로 재무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언제든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반기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스트는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했다. 14일 아스트 주가는 29.97% 급락한 1201원에 마감했고, 다음 거래일인 16일에도 26.06% 하락하며 888원에 마감해 동전주가 됐다. 이후 주가는 단기 급락에 따른 매수세가 몰리면서 소폭 반등해 현재는 100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스트는 항공기 부품 전문업체로 지난 200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분사한 회사다. 글로벌 항공 기업인 보잉 등으로부터 수주를 받으면서 사세를 키워 지난 2014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 제조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바이오기업을 제외하면 기술특례가 전무했던 시절, 그만큼 기술력을 갖춘 우주항공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아스트는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7000~1만원) 상단에 가까운 9500원으로 확정했다.

2014년 12월 24일에 상장한 후 2015년 아스트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2015년 아스트는 8300원에서 2만3500원으로 180% 넘게 올랐다. 당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각각 2.4%, 26%에 불과했었다.

이후에도 아스트는 연달아 보잉 발 수주 대박을 터뜨리면서 항공 부품 업계의 소위 ‘잘 나가는 기업’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보잉 추락 사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연달아 터지면서 아스트는 어둠의 터널에 들어섰다. 지난 2020년 33% 하락한 주가는 지난해에도 30% 빠졌고, 올해는 75% 넘게 급락했다. 2015년 3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현재 1000원 수준으로 30분의 1 수준이 됐다.

지난해 김희원 아스트 대표는 씨에스윈드와 경영권 매각 논의를 진행하다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차례 결렬됐으나 회사를 살리려면 외부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올해 들어서도 계속 매수자를 물색했고 결국 유암코와 손을 잡았다.

올해 3월 아스트는 최대주주가 김희원 대표에서 유암코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당시 유암코는 김 대표가 가지고 있던 아스트 주식 180만주를 5000원에 장외매매로 매입했다. 그리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585만5039주를 4415원에 추가 취득했다. 한 달 뒤인 4월 14일에는 아스트가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이를 유암코의 페이퍼컴퍼니인 알파에어로가 인수했다. 취득 단가는 4465원이었다. 이를 통해 유암코가 아스트에 쏟아부은 금액은 총 1100억원 수준이다.

3월과 4월 당시 아스트 주가가 4000~4500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암코는 김 대표에게 일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시세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스트는 유암코가 새 주인이 된 직후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다.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하면서 사채원리금 지급을 미뤘는데, 해당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바닥을 찍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때문에 반기보고서에서도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주가는 800원 선까지 미끄러졌다.

아스트 측은 현재 주가 하락은 회사가 정상화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회사 악재로 보여 주가가 하락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스트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일시적으로 원리금을 미지급할 수밖에 없는데, 관련 공시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갚지 않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원금과 이자가 390억원으로, 상환 자금 마련 방안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유암코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절차를 밟아 올해 안에 정상화하는 게 목표”라면서 “채권단과 협의 중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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