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사전공시 법안' 국회 문턱 넘을까
'제2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가 계기
SG 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에 입법화 속도
내년 시행 가능성…'재산권 침해' 반대 설득도 병행해야
미국, 사전거래 계획 제출제 운영…기업문화로 자리잡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의 임원 8명이 회사 상장 후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900억원어치를 팔았다. 이후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열흘 동안 10%가 하락했다. ‘카카오페이 먹튀’로 불리는 해당 사건은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최대주주나 임원 등 내부자 주식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을 현행 공시 체계로 막을 수 없다는 지적에 법으로 막자는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 정무위원회(위원장 백혜련)는 지난 6월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마련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제2의 카카오페이 먹튀’를 막기 위한 개정안이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임원, 주요 주주가 회사 주식을 매도할 때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일 경우 적용한다. 매매 예정일의 최소 30일 전까지 매매 목적과 가격, 수량, 예정 시간 등 거래 계획을 한국거래소와 증권선물위원회에 사전 공시해야 한다. 사전 거래 계획 보고 의무를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제도 도입’ 법안에 금융위원회의 수정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다.
지난 5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를 겪으며 법안의 빠른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이 주가 폭락을 사전에 인지하고 매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가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고 불공정거래를 막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그간 주식 시장에서 대주주나 주요 주주, 임원 등 내부자의 지분매도는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악재로 인식됐다. 이들의 지분 매각이 시장에서는 매도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 하락이 뒤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자가 지분 매각 후 공시를 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시제도 개선이 제자리걸음에 그쳐 일반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초전도체 테마주 관련 대주주의 먹튀 논란이 공시제도 개선과 법 통과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을 가속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테마주 교체 주기도 빨라져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둘러싼 논란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어서다.
현재 법사위에서 관련 법과 충돌 여부와 체계 심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늦어도 내년에는 제도를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주식 처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재산권 침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시장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이미 내부자가 주식거래를 할 때 사전거래 계획을 제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매매계획 제출시점과 실제 매매시점 사이에 120일 이상을 둬야 유효한 계획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관련 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부자가 ‘매매계획’을 사전에 수립·제출한 경우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 관련 제재를 면제받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최대주주 등이 지분을 매각하기 전에 사전적 거래계획을 수립하는 게 기업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고, 증권법상 지배증권 매도신고서를 금융감독 당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사전 예방 효과가 크다”며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사전 예방책으로서 국내 실정에 맞는 내부자의 사전적 거래계획 제도와 지배증권 매도신고서 제도의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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