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기철 GIST 총장 “성장동력 찾으려면 해외 눈돌려야…아프리카는 기회 땅 될 것”
GIST 경쟁력 확보 위해 대대적인 쇄신 방안 내놔
연구·의료 장비 산학협력 강화
임기 마칠 때 세계 100대 대학 목표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아프리카 분원 설립을 추진한다.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세대의 성장 무대가 될 아프리카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국산 연구장비로 기반시설(인프라)를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관련 산업의 발전까지 이끈다는 구상도 세웠다.
다소 과감해 보이는 아프리카 분원 설립은 지난 7월 취임한 임기철 GIST 신임 총장이 제시한 혁신 방안의 하나다. 그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SITEP) 원장과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낸 과학기술정책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다. 오랜 기간 한국의 과학기술 전략을 살펴 온 임 총장이 아프리카 분원이라는 파격적인 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원 과정만 운영하던 개교 초기만 해도 GIST는 KAIST, 포스텍에 견줄 만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전문인력 양성 기관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4대 과학기술원 가운데 동생 격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보다도 대학 평가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GIST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도 나온다
임 총장은 GIST의 도약을 위해 대대적인 쇄신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 17일 GIST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GIST는 여전히 훌륭한 교수진과 학생들을 갖추고 있으나 내부 갈등, 지역과의 미흡한 협력으로 힘이 부치던 상황”이라며 “그동안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헤쳐나가는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GIST는 교육 방식을 바꾸고 산학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90억원 수준에 머물던 발전기금도 2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종 목표는 GIST를 다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양성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분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했다. 왜 하필 아프리카인가.
“지금이야 미주, 유럽, 아시아에서 활발한 경제 활동이 이뤄지지만 미래 세대에는 또다른 무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곳이 아프리카라고 생각한다.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시장이 넓어 경제적 가치도 크다. 우리 후배들이 아프리카로 진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교두보 역할을 GIST가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KAIST도 케냐에 분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도 아라비아반도에 가까운 편이다. 아마 중동 지역과의 교류까지 염두해 위치를 정한 것 같다. 그러나 GIST가 주목하는 곳은 중앙아프리카 지역이다. 오로지 아프리카와 교류에 집중해 국내 기업과 인재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분원 설립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연구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일찍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국산 장비로 인프라를 구축해 놓으면 장비 수리, 신규 장비 도입에서 국내 기업의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연구장비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매우 큰 편에 속한다.”
-연구장비 산업에 평소 관심이 많았나.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약 20조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해외 연구장비를 사오는 데 2조원이 들었다. 전체 예산의 10%가 그대로 해외 기업에 들어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전체 연구장비의 약 10%만 국산화하더라도 수천억원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GIST도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광주광역시에는 광(光)산업에 특화된 단지가 있다. 대부분 실험 분석 장치들은 빛을 이용하는 만큼 기술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GIST도 광학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역 산업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연구장비 이외에도 의료장비 산업에서도 광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광주·전남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현재 부총장을 중심으로 추진단을 꾸렸고, 이달 안으로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산학협력도 총장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한 분야다.
“그동안 정책 연구자로서 연구 현장에서 개발된 기술이 산업 현장에 얼마나 잘 적용되는지, 혹은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 지켜봤다. 결국 한국의 과학기술경쟁력을 높이려면 산업계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GIST는 산학협력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지자체와 관계도 다른 과기원만큼 돈독하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지역 기업, 정부와 활발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GIST의 침체기가 길었다는 평가가 많다.
“GIST 자체의 역량이 떨어진 탓은 아니다. 총장에 취임한 이후 교수의 면면을 모두 살펴봤는데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동안 쌓인 내부 갈등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지역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졌던 것 같다. 결국 총장으로서 해야할 일은 내부 직원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모두 하나의 목표로 달려나갈 수 있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4대 과기원 중 GIST의 위상은 어느정도라고 평가하나.
“지난 6월 나온 QS평가에서 전 세계 328위로 4대 과기원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대학평가가 전부는 아니지만 외부에서 GIST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전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개선해야 할 것도 많다.
“도전적인 시도로 교육 시스템을 바꿔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4학년 학생은 1년 동안 수업 대신 프로젝트만 수행하게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과기원들과 협력할 수도 있다. 학생 교류를 통해 각 과기원이 가진 장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강의도 기존에 답습하던 방식이 아니라 밀도감이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분명히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선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 이미 2명의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선임을 협의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12대 국가전략기술에 관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기획해 연구비를 확보해야 한다. 교수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한 가지 방향성을 갖고 추진하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GIST에서 교수를 지내지 않은 인물로는 처음 총장이 됐다. 남다른 각오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면서 여러 주요 보직을 거쳤다. 한 기관의 기관장을 맡기도 했고, 국가 전반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관리하는 공직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나이를 생각하면 GIST의 총장이 마지막 공직 생활이 될 것 같다. 총장에 선임될 수 있었던 것도 지금까지 경험을 모두 모아 미래 인재 양성에 힘쓰라는 의도가 담겼다고 생각한다. 임기 기간 동안 다시 GIST가 국내 최고 대학으로 재도약 할 수 있게 그간 쌓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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