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극 밀었던 소수 단위 주식 거래… 쓰는 사람도 별로 없네

문수빈 기자 2023. 8.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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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서비스 시행한 주요 5개 증권사 취합
월간 투자자 3만명 넘긴 적 한 번도 없어…2만명 언저리 수준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삼성전자의 주주가 될 수 있다고 홍보했던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가 개시한 지 1년이 다 되어 감에도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140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수인 수만명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또한 상당수는 이벤트 참여에 불과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는 0.1주씩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주식처럼 국내 주식도 소수 단위로 거래하는 제도로, 지난해 9월 26일 시행됐다. 지난해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증권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총 7개사다. 올해 들어서는 하나증권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금융위원회 전경/뉴스1

24일 주요 증권사 5개사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10월 한 달간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2만6297명이었다. 이 수치는 올해 3월까지 2만6000~2만7000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5월과 6월 2만명대로 낮아졌다. 지난달엔 이보다 소폭 반등한 2만1715명이 국내 주식을 소수 단위로 거래했다.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투자자 편의를 증대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소수 단위 주식 거래의 구조를 기획한 사무관을 우수 공무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많았다. 이 서비스가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주식의 주당 가격은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 A의 1주 가격은 22일(현지 시간) 기준 53만1840달러(약 7억1117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 시장에서는 억 단위는커녕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종목)도 흔치 않다.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 2619개 중 황제주는 에코프로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개인 투자자와 공매도 세력 간 힘겨루기로 오른 종목이기 때문에 언제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의 적정 가격이 최대 50만~60만원 선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한 증권사 임원은 “우리나라는 주가가 오르면 액면분할을 하기 때문에 굳이 인프라 구축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소수점 거래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투자자에게도 소수 단위 주식은 투자 매력이 없다. 소수 지분에 따른 배당금은 받을 수 있지만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법상 주식을 가진 자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소수점 주식의 소유자는 매수한 투자자가 아닌 예탁결제원이다.

고객이 소수 단위 주식을 주문하면 증권사는 이를 취합해 증권사 명의로 온전한 주식, 즉 온주를 취득한다. 이후 이를 신탁재산으로 예탁원에 이전한다. 예탁원이 신탁재산인 온주의 법률상 소유자인 셈이다. 예탁원은 소수 단위 주식을 바탕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이 수익증권을 취득하는 구조다. 즉 소수 단위 주식의 의결권은 예탁원이 행사하는 것이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주로 매수하는 종목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주였는데, 올해 들어 이 패턴은 바뀌었다. 올해 2, 3, 5, 7월 복수의 증권사에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매수 상위 종목에 오르기도 했다. 이차전지가 테마주로 떠오르자 투자자들은 소수 단위로까지 이들 종목을 매수한 것이다.

거래 대금은 시행 초기보다 4배가량 늘었다. 이용자 수는 제자리걸음인 데에 반해 거래 대금이 늘어난 건 이용자가 늘지 않고 기존 고객들만 거래를 늘렸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5개 증권사에서 매수와 매도를 합산한 소수 단위 주식 거래 금액은 14억원이었으나 올해 초엔 20억원을 넘겼고 지난달엔 56억원을 기록했다.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13조9183억원과 비교하면 0.04% 수준이다. 거래 주식 수도 같은 기간 2만3582주에서 7만9185주로 늘었다.

한 증권사 마케팅 담당자는 “소수 주식 서비스를 개시하면 어느 증권사든 이벤트를 벌이는데, 증권사를 옮겨 다니며 이벤트에 참여하는 고객만 1만명선인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이들을 제외하면 소수 이용자만 적립식으로 꾸준히 매수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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