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중재자 한 명 보이지 않는 축구협회, 컨트롤 타워 있기는 한가

이성필 기자 2023. 8.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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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지금 남의 나라 선수 경기력에 훈수나 둘 시기 인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지금 남의 나라 선수 경기력에 훈수나 둘 시기 인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세계 축구계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ESPN 갈무리
▲ 공격 축구를 표방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한국 대표팀 부임 후 첫 승이 없다. 9월 A매치를 주목하는 이유다.
▲ 공격 축구를 표방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한국 대표팀 부임 후 첫 승이 없다. 9월 A매치를 주목하는 이유다.
▲ 국내 언론과 이틀 동안 네 차례에 걸쳐 화상 기자회견을 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대한축구협회(KFA)는 왜 그래요?"

축구 팬들은 요즘 대한축구협회를 성토하고 있다. 조금만 괜찮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가도 축구를 총괄하는 기구로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받는다. 축구에 관심 없는 지인들로부터도 "도대체 축구협회는 왜 그러는가. 무슨 일만 터지면 축구협회가 얽혀 있는 건가"라는 물음이 돌아온다.

불과 지난해 12월, 축구협회는 선수들의 피와 땀이 섞인 노력 끝에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물을 얻었다. 올해로 와서도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개최지가 변경, 대처가 쉽지 않았음에도 U-20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성과 내는 대표팀과 달리 축구협회 행정은 퇴행 거듭

반대로 행정은 우스꽝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지난 3월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승부 조작범 '기습 사면'을 시도했다 뭇매를 맞았다. 거창한 이유가 월드컵 16강 성과를 축하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에서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사회의 이사진이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비판도 쏟아졌고 사퇴 러쉬가 이어졌다.

정몽규 회장은 여론을 수렴한 뒤 이사회 개편으로 '변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이들이나 언론인 출신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여론에 기민하게 반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축구인의 전유물이자 민원 창구로 불렸던 전무직을 폐지하는 대신 상근 부회장 제도를 도입해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출신의 김정배 부회장을 선임했다. 관료 출신 김 부회장이라면 조직 쇄신과 더불어 더 나은 축구협회가 되리라는 기대감도 풍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외유만 보더라도 '중재자', '조력자'는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김 부회장은 축구협회 살림을 총괄하는 위치라 클린스만 감독을 제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이사회에서 가장 눈에 가는 직책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다.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맡고 있지만,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스포츠 매체 '이에스피엔(ESPN)'의 패널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계약 과정에서 사적 활동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마음껏 패널로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전세계 유명 감독들이 언론사 패널로 나서 한가롭게 논평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무직이라면 이해된다. 손흥민의 스승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해 월드컵 기간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 해설위원을 맡았다. 그것도 월드컵 기간에 한정해서였다. 현직 대표팀 감독이 자기 직책을 망각하고 마음껏 논평하는 것은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다. 역대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이들이 재임 기간에 타국 언론사 패널로 나선 적이 없다는 점에서 더 황당하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 말대로 업무 스타일의 차이에서 생긴 오해일 수도 있다. 비단 축구계가 아니더라도 일반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필요하면 화상 회의 등으로 필요한 것을 나누고 있어 그렇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유연하게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표팀 감독이 단순히 A대표팀만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A대표팀은 곧 하부 연령대 대표팀, 나아가 국내 모든 팀에 전술, 전략에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진 유럽 등 해외를 누비는 선수 말고도 국내 선수들을 보면서 얼마든지 발탁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줘야 경쟁력은 더 올라간다.

▲ 한국은 아직도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일까. 애매한 사과는 있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승부 조작범 사면론을 들고 나왔다가 크게 비판 받았던 정몽규 회장.
▲ 정몽규 회장은 2023 아시안컵 유치 실패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에 대한 발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 제어하는 인사는 누구인가, 있기는 하나

그런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인물이 '어차피 9월 A매치가 끝나면 나가라고 해도 한국에서 머물며 10월 A매치, 11월 2026 북중미 아시아 2차 예선을 대응하다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으로 갈 것이다'라는 식의 의식은 기가 막힐 일이다. 부상으로 합류가 어려워졌지만,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에 대해서도 U-24 대표팀 양보는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전력강화위원회에 속한 A위원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후 따로 미팅했던 일이 없다. 현장의 목소리가 과연 제대로 전달이나 되는지 모르겠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의 특수성을 안다면서도 선수 혹사가 뻔히 보여도 최상의 경기를 치르고 가니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단 10분이면 적응 가능하다는 배치되는 발언은 역으로 보면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가 아직 깊지 않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사실 뮐러 위원장은 말뿐인 위원장인지도 모른다. 축구협회 정관 '제7장 분과위원회- 52조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 설치 목적을 설명하는 1항'에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남녀 국가대표와 18세 이하(U-18) 이상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한다'고 명시했다.

뮐러 위원장의 역할은 '조언', '자문'일 뿐이다. 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조언과 자문에 불과하니 '1. 지도자의 선임과 해임, 재계약 관련 업무, 2. 선수 선발 추천, 3. 대회 참가 및 훈련 등 팀 운영에 대한 지원, 평가 및 제안, 4. 기술연구그룹TSG-Technical Study Group) 평가 관련 파견, 5. 기타 이사회에서 부여한 관련 업무' 관련 목소리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클린스만 감독에게 "ESPN 패널 좀 그만해달라"라는 직접 지시는 할 수 없다. 전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고민에 빠지면 김판곤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분명한 의견 제시로 방향을 잡아줬던 것과 비교된다. 물론 김 전 위원장도 자신의 역할이 2021년 7월 13일 규정 개정에 따라 '자문'으로 바뀐 뒤에는 벤투 감독에게 직접 개입하지 못했지만, 최대한 돌려서라도 할 말은 하다가 2022년 1월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클린스만과 동향인 뮐러 위원장이 온정에 이끌려 말하지 못하면 도대체 누가 해야 할까. 대표팀 운영과 관련 있는 기술본부를 이끄는 황보관 본부장이어야 할까. 아니면 장외룡, 최영일, 하석주 등 축구인 부회장이어야 할까. 장 부회장은 지난 개편 당시 합류했고 최 부회장은 전원 사퇴 후 복귀라 운신의 폭에 제약이 있다. 하 부회장은 아주대 축구부 감독직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한마디로 클린스만을 제어할 인사는 부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문제를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도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행위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국가대표 선발 불가라는 운영 규정을 직접 만들고도 감지하지 못했다. 황 감독이 명단 발표 기자회견 당일 저녁에야 상황을 인지하는 웃긴 상황이었다.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체육회는 "아직 상황을 알기 어렵다. 지켜봐야 한다"라는 말만 하고 있다.

▲ 대표팀의 인기는 뜨겁다. A매치에서 구름 관중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왜'라는 의문에 자세한 답을 해주며 이해를 구했던 김판곤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이 상황마다 소환되는 이유다. ⓒ곽혜미 기자
▲ 대표팀의 인기는 뜨겁다. A매치에서 구름 관중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왜'라는 의문에 자세한 답을 해주며 이해를 구했던 김판곤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이 상황마다 소환되는 이유다. ⓒ곽혜미 기자
▲ 대표팀의 인기는 뜨겁다. A매치에서 구름 관중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왜'라는 의문에 자세한 답을 해주며 이해를 구했던 김판곤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이 상황마다 소환되는 이유다. ⓒ곽혜미 기자
▲ 대표팀의 인기는 뜨겁다. A매치에서 구름 관중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왜'라는 의문에 자세한 답을 해주며 이해를 구했던 김판곤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이 상황마다 소환되는 이유다. ⓒ곽혜미 기자

이강인 교통 정리 못하고 잼버리 파행에서 정부에 침묵 구단에는 '여전한 불통'

정부의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과정에서 케이팝(K-POP) 콘서트 개최 문제로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유탄을 맞는 동안에서도 뒷짐 지고 보기만 했다. 정부 행사고 주무 부서 중 하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향을 받는 단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구단들이 일방적인 전달을 받고 경기 일정 변경 등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했고 이 과정에 껴있던 FA컵의 권위를 스스로 흔들었다.

축구협회는 홈과 원정으로 진행하는 결승전 일정을 단판 승부로 바꿨다.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포항 스틸러스 등 4강에 오른 구단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중재하겠다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4강부터는 축구협회가 마케팅 권리를 행사한다. 놀랍게도 FA컵 타이틀 후원사인 하나은행에 양해를 구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 후원사가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국내 최고의 축구 축제 두 번의 결승전에 노출 기회 축소를 이해해 줬다는 말은 최신 스포츠 마케팅 경향과는 맞지 않다.

오랜 시간 하나금융그룹이 축구협회 후원사를 해왔기에 망정이지 일반 기업이었다면 불같이 화를 내고도 남을 일이었다. 오히려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논리로 결승전을 운영하지 못하며 후진적인 대회 운영만 더 노출했다. 우승 상금 3억 원인 FA컵에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출전권만 없었다면 과연 어느 구단이 비중을 두고 뛸까. K리그 우승 상금 5억 원과 차이가 없다는 것은 국내 최고 대회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차라리 개편되는 2024-25 시즌 ACEL(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우승 상금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준우승 600만 달러(약 80억 원)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도 구단들이 출전권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야 하는 FA컵이다.

앞으로 축구협회에는 계속 위기가 온다. 내달 A매치에서 웨일스, 사우디를 상대로도 나아지는 모습이 없다면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진다. 아시안게임에서 3연속 금메달을 해내지 못하면 입때껏 있었던 과정들이 전부 거대한 바위로 굴러 온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수도 있다.

과연 축구협회에 갈등 상황이나 사건 발생 시 위기관리 센터나 사안을 잘 정리할 컨트롤 타워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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