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 ‘바둑 올림픽’ 응씨배 첫 우승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한국이 웃었다
대회 3년만에 상하이서 대면 결승
중국 셰커에 2-0…상금 40만달러
“대국 전 잠을 못 자서 부담 컸다”
한국, 14년만에 통산 6번째 우승

40만 달러짜리 우승트로피를 치켜든 신진서 9단. ‘한국 랭킹1위’ 신진서가 결승3번기에서 중국의 셰커 9단을 2-0으로 완파하고 생애 첫 응씨배 우승을 달성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신진서 9단(23)이 ‘바둑올림픽’ 응씨배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3일 중국 상하이 창닝구 쑨커별장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3번기 2국에서 신진서는 중국의 셰커 9단을 226수만에 백 불계로 꺾고 종합전적 2-0 완봉승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2국은 신진서의 완승국이었다. 셰커는 집을 우선 확보하고 타개에 승부를 거는 ‘선실리 후타개’ 작전을 들고 나왔지만 신진서의 강력한 압박에 밀려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형세가 불리해지자 판을 흔들며 승부수를 던졌으나 신진서의 냉정한 마무리에 결국 돌을 거뒀다.

이번 결승전에서만 2승을 올린 신진서는 셰커 9단과의 상대전적을 2승 1패로 뒤집었다.

6월 란커배 결승3번기에서 중국 구쯔하오 9단에게 1-2로 역전패해 우승컵을 내줬던 신진서는 이로써 절치부심 끝에 응씨배 우승컵을 거머쥐며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렸다.

시상식은 대국 직후 대회장 인근 콜롬비아서클 해군클럽홀에서 열렸다. 우승자 신진서에게는 단일 대회 최고 상금인 40만 달러(5억 3600만 원)와 우승트로피가 주어졌다. 셰커는 준우승상금 10만 달러(1억 3400만 원)를 받았다.

시상식에서 신진서는 “응씨배만을 위해 특별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우승하게 돼 기쁘다. 국가대표팀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개인적으로 시간안배를 위해 포석 준비도 많이 했다. 벌점을 받지 않기 위해 많이 신경 썼다”며 “긴장을 안 할 줄 알았는데 대국 전 잠을 잘 못 잤다.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란커배 패배 후에도 믿어주고 응원해주신 바둑 팬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 일정은 파란만장했다. 2020년 4월 막을 올릴 예정이었던 본선은 코로나19 여파로 5개월 뒤인 9월 본선28강∼8강을 치렀고, 2021년 1월 4강에서 결승진출자가 결정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준결승까지와 달리 결승전만큼은 대면으로 치르겠다는 주최 측의 강력한 의지로 대회 개막 후 약 3년 만에 중국 상하이에서 결승전이 열린 아홉 번째 응씨배는 신진서의 우승으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국은 신진서의 우승으로 2회 대회 연속(7·8회) 중국에 내줬던 우승컵을 2009년 이후 14년 만에 되찾아오는 데 성공하며 통산 6회 우승을 달성했다. 중국은 창하오, 판팅위, 탕웨이싱 등 3명이 우승했다.

제9회 응씨배는 중국위기협회와 응창기위기교육기금회가 주최하고 상하이위기협회, 응창기위기교육기금회, 창닝구 인민정부가 주관했다. 이 대회는 4년에 한 번씩 열려 ‘바둑올림픽’으로 불린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