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IRA에도 상반기 美전기차 점유율 '2위'…수익성은?
[편집자주] '바이드노믹스'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년이 지났다. IRA는 글로벌 공급망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기업에 변화를 강요했다. IRA 1년간 한국 기업에 생긴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숙제 등을 짚어본다.
22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7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3.7% 증가한 4만884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4%를 7개월 만에 채웠다. 전월 대비 들쑥날쑥하던 월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달에는 1만385대가 팔리면서 5월(8105대)과 6월(8835대)에 이어 세달 연속으로 월간 최다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기아 합산 월간 전기차 판매가 1만대 돌파한 것도 최초다. 상반기 점유율은 미국 시장 2위다.
IRA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당초 예상됐던 충격에 비해 선방했다. 미국 정부는 IRA에 따라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상업용 차량에 한해 예외조항이 적용된다. 모든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는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상업용 차량 비중을 확대해왔다. 당시 약 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로 끌어올렸다. 전기차 판매량도 이와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량과 시장 내 지위는 유지했지만 수익성이 문제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아직 전기차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가 전기차 한 대당 벌어들인 수익은 927달러(124만원)에 그쳤다. 테슬라(대당 9574달러)를 제외하고는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테슬라마저 최근 전기차 가격 전쟁을 시작하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현대차 역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 제공 인센티브 확대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IRA 여파로 상업용 차량 비중을 늘려 타격이 보다 클 수밖에 없다. 상업용 차량은 렌터카·카셰어링(공유차) 등 법인에 대량 판매하는 플릿(fleet) 방식을 통해 거래된다. 할인이 많이 적용돼 일반 소비자 판매보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
중고차 시장에서 향후 플릿 차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가격 하락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아의 '차량 제값 받기' 등 이미지 제고 전략의 의미가 퇴색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관련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손해는 불가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매 판매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일단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성을) 양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실제로 미국에서 상업용 차량 판매량을 줄여왔다. 2016년에는 그 비중이 26%였지만 2021년 6%, 지난해에는 2.2%로 감소했다. 전기차도 5%에 그쳤지만 IRA 때문에 늘리게 됐다.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 미국 신차 판매 중 리스는 20% 수준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30%)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경기 침체로 리스 부담이 커지자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소비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리스가 약 1000만원에 달하는 IRA 보조금 덕분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경쟁이 더욱 거세지면서 수익성도 나빠진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서 버틸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업체들이 보고 있다"며 "2년 반 동안의 호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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