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있는 레시피 발굴해요"… 주방도 공유하는 시대
카페 예비 창업자에게 메뉴 개발 연구소로 인기
창업 전 치밀한 준비가 창업 성공 가능성 높여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빵과 커피향이 풍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30대 젊은 여성과 머리가 희끗한 60대 남성이 조리대에 서서 각각 반죽을 치고 있었다. 오답노트를 펼쳐놓고 각자의 메뉴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이 마치 실험실을 연상케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히팅스튜디오(heating studio)는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는 베이킹&커핑 전문 공유 연습실로, 2019년 4월 소상공인사업진흥공단으로부터 설립 지원을 받았다.
히팅스튜디오는 빵을 구울 때 오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커피를 내릴 때 물을 데우는데, 이 열기로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히팅스튜디오의 김혜민 대표는 이곳을 '색깔있는 레시피를 발굴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카페 창업을 위해 대다수가 교육기관에서 빵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배우지만, 다른 카페와 차별화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비 없이 섣불리 창업에 나서는 것은 실패할 확률만 높일 뿐"이라며, "베이킹 기구를 갖춘 연습 공간을 기획해서 예비 창업자의 안정적인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2년 창업기업실태조사'(2020년 기준)에 따르면 창업 전에 '창업 전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5.2%,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84.8%였다.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히팅스튜디오는 대용량 오븐과 반죽기 등 요리 전문 교육기관 수준의 조리기구를 갖췄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등의 기본 재료도 필요한 만큼 구매해서 사용 가능하다.
이곳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는 10대부터,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 30대, 취미로 빵을 굽는 70대까지 다양한 손님이 방문한다.
10년간 무역회사를 다니다가 퇴사 후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인 30대 박모씨는 "카페를 오픈하기 전 메뉴 개발을 위해 히팅스튜디오를 이용하고 있다"며 "가게를 오픈하기 전 연습실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곳에 각종 기구가 준비돼있어서 직접 구매를 하는 것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시행착오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말에 자격증 실기시험을 앞둔 20대 이모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베이킹 스튜디오에 오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연습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라면서, "지난 3월부터 정기권을 끊어서 시간날 때마다 방문해서 연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히팅스튜디오에서 메뉴 개발을 연습하던 고객들이 성수동에 카페를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수동 근처를 걷다가 어엿한 사장님이 된 예전 고객을 만났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카페 창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뉴 개발 등의 창업 준비를 위한 공간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소재의 커피-음료 점포 수는 2만 3235개로 전년 동기(2만 1349개) 대비 1886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제과점의 수도 5921개에서 6003개로 82개 증가했다. 반면 치킨전문점은 356개 줄어들었다.
예비 창업자들은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자격증 취득 비용'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창업을 준비하는 김모씨는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베이킹 과정 수강료를 지원 받았지만, 자격증 취득 후 연습할 곳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공유 연습실을 대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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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안성용 기자 ahn8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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