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학급 문제 '모듈러 교실' 아닌 학생 분산배치 등 대안 필요

박종완 기자 2023. 8.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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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교사 등 학습권 보장 및 안전 문제 우려
신도시 개발 과정 교육감 참여 협의체 구성 제언

[편집자주] ‘소멸의 시대’에 매년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소식은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그에 따른 교육환경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소와 과밀 학급의 문제가 그런 것이다. 콩나물 시루와 텅빈 학교 간의 간극은 점차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현실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2회에 걸쳐 싣는다.

경남 양산시 범어중학교에 설치된 모듈러교실.(양산교육지원청 제공)

(경남=뉴스1) 박종완 기자 =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학습 격차를 방지하고 쾌적한 교육 환경을 위해서는 교육부와 함께 지역 시도교육청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교육 공동체들의 지적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는 뚜렷하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초등학교는 2020년 21.8명에서 2022년 21.1명로 줄었고, 중학교는 25.5명에서 25명, 고등학교는 23.4명에서 22.6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 초등학생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2020년 269만4000여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2022년 266만4000여명으로 3만여명 줄었다.

경남도 학령인구 감소세다. 전체 학생 수를 보면 2020년 19만424명이던 초등생은 올해 기준 18만1353명으로 줄었다. 중학생은 9만1053명에서 9만3314명으로 늘었지만 고등학생은 8만8180명에서 8만6442명으로 줄었다. 전체 학령인구는 8548명이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세에 경남 학교급별 과밀학급 현황을 보면 총 990개교 중 55개교가 과밀학급이다. 전체 5.6%로 세분화하면 초등학교는 524개교 중 4개교, 중학교는 268개교 중 24개교, 고등학교는 198개교 중 27개교다.

도교육청은 지역마다 중·고교 과밀학급 기준이 달라 약간의 편차는 있다고 설명한다. 중학교의 경우 시지역은 28명, 군지역과 읍지역은 25명이며 고교는 시지역이 23명에서 33명으로 편차가 크며 읍·면은 22명에서 26명 등으로 다르다.

과밀학급 기준에서도 차이가 나다보니 일부 교사들과 학부모, 전문가들은 과밀학급 현황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과밀학급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내용에도 불만을 토로한다.

도교육청의 과밀학급 해소 방안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신도시 학생 수 추이를 바탕으로 교실 전용, 교실 증축, 학교 신설 검토 △초등학교 광역 통학구역과 중학교 광역학구제를 운영해 학생들이 주소이전 없이 작은학교로 전입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중앙투자심사를 통한 학교 신설 및 300억원 미만 소규모 학교 설립 등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불만이 가장 큰 요소는 교실 증축이다. 특히 과밀학급 대안 중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모듈러 교실'은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모듈러 교실 수업과 담임교사를 기피한다고 주장한다.

모듈러 교실은 기존 철근콘크리트나 철골 공법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이동과 재설치, 철거 등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건물 건립 과정에서 운동장이 축소돼 교육환경이 저하되고 안전 설비가 갖춰졌음에도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문제 요소로 지적된다.

한 교사는 "모듈러 교실은 일시적인 해법이지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보여지는 교실의 환경이 학부모들이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고 학습권을 보장하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지희씨도 "안전하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물을 보면 불안하고 걱정된다"며 "학부모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대책을 교육청에서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법 즉각 의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날 "학급당 20명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학교 교육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다"라면서 "코로나19로 심화된 교육 불평등을 양질의 공교육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밀학급 해소가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21.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전문가들은 학년별로 적정 학생 수를 책정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기준 OECD 주요 국가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보면 독일 20.9명, 미국 20.3명, 스웨덴 20.3명, 핀란드 18.6명이다. 미국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급당 학생 수를 18명으로 정하고 고학년은 20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석좌교수는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야 교사들이 학생 개인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지도를 할 수 있고 원만한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학생 수 15명 내외가 적정 수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적어도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나이별 맞춤형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 정책에 교육감을 포함한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 지자체장과 함께 인구 추정과 도시 계획, 설계 과정에 참여해 학교 수용인구에 비춰 학교 신설 등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밀학급은 인구가 집중되는 신도시 계획이 설립될 때마다 지적되는 사안"이라며 "교육감이 시장이나 군수와 함께 신도시 계획을 수립하고 학교 수용인구 조사 등에 적극 관여하면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영 경남도의원은 의회와 교육청의 협치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학생 분산 배치를 통한 학생 수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단기적인 대책으로 제시하는 모듈러 교실 설치보다 학생 분산배치를 통한 해결이 장기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도내 과밀학급 분포가 높은 지역은 분산 배치를 하고 있지만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반발이 있더라도 적극적인 분산 배치가 필요하다"며 "학교를 계속 신설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도교육청의 자체투자심사를 활용한 소규모 학교 건립이나 통폐합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pjw_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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